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우리 반도체 산업의 잠재적 위협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덩달아 반도체 생산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오르고 있는데요. 올해도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쟁사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비메모리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CPU, GPU에 들어가며 주로 연산 작업에 쓰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D-RAM(D램)과 NAND(낸드)에 들어가며 주로 정보 저장에 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2:8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의 절대 강자로, D램은 72%(삼성 42%, 하이닉스 30%), 낸드는 45%(삼성 33%, 하이닉스 12%)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입니다. 2월 우리나라 수출이 448억달러를 기록했는데, 그중 84억달러(19%)가 반도체였죠. 그리고 반도체 수출 중 약 60%인 52억달러가 메모리 반도체였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일정한 사이클(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고 갑니다. 그리고 요즘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슈퍼사이클이 찾아왔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고정가격과 현물가격으로 나뉘는데요. 고정가격은 도매가, 현물가격은 소매가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현물가격은 지금 당장 반도체 하나를 살 수 있는 가격이고, 고정가격은 회사 간 거래를 할 때 매겨지는 가격이죠. 현물가격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고정가격은 약 2주마다 갱신됩니다. 보통 고정가격은 2~3달 전 현물가격을 따라간다고 하죠.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를 한 번 볼까요?
D램: D램 현물가격이 저점 대비 75% 넘게 올랐습니다. 현물가격은 급등했지만 아직 고정가격이 낮은 만큼 앞으로 고정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D램 가격은 2분기 약 10~20%가량 상승하고, 특히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느는 데이터 서버용 D램 가격은 올해 40%가량 상승할 것을 보입니다.
낸드: 낸드 가격은 계속 하락하다가 최근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분기에 약 8% 상승한다는 전망인데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생산을 늘리면서 낸드 수요가 커진 것이죠. 업계에서는 최근 셀을 여러 층 쌓아 대용량 낸드를 만드는 경쟁이 치열한데, 이 때문에 공급도 빨리 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20% 성장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도 올해 반도체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그런데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계 최초=마이크론?: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30%)를 뒤쫓고 있는 3위 마이크론(23%)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를, 올해 1월 4세대 10나노 D램을 양산했다고 밝혔습니다. 차세대 D램과 낸드를 모두 미국의 마이크론이 먼저 내놓은 것이죠.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꽤 컸던 기술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분석입니다.
물리적인 한계: 물리적 한계도 우리 기업의 초격차를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반도체 성능은 반도체의 회로를 얼마나 얇게 그려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데요. 하지만 회로 선폭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설비 투자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제는 선로 두께도 거의 물리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이 나선다? 반도체 내셔널리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주요국들이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 상원은 3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을 마련하고 있고, EU는 180조원을 쏟아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도 이번 양회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각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외치면서 우리 기업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죠.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슈퍼사이클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요. 과연 K-반도체는 뒤쫓아오는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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