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모빌리티 노리는 현대차의 '2025전략'
이제 10년이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지배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이 가솔린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인데요. 영국과 미국, 중국, 일본 모두 2030년대 초중반까지 가솔린 차량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미국), 니오(중국), 현대차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주가도 크게 올랐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7.7%의 점유율로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위는 단연 25%의 점유율을 가진 미국의 테슬라고요. 현대차는 2017년까지 전기차 시장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가, 3년 만에 업계 4위로 빠르게 치고 올라왔는데요. 그렇다면 현대차는 앞으로 어떤 미래전략을 갖고 있을까요? 현대차는 올해 초 ‘2025전략’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의 3대 메이커로 도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미래 자동차’ 사업에 올인한다는 전략인데, 정의선 부회장은 미래 자동차에 집중하기 위해 올 초 현대제철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죠.
2025전략이란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플랫폼’의 두 축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과 플랫폼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장기 전략인데요. 모빌리티란 쉽게 말해 탈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우버와 그랩같이 차량호출 서비스도 보편화하면서, ‘탈 것’과 관련된 사업 분야를 포괄적으로 모빌리티 분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차의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이란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란 이런 제품을 기반으로 자동차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과 같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입니다. 단순히 차만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차를 중심으로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다 하겠다는 것이죠.
현대차는 2025전략의 실현을 위해 무려 61조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비롯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41조, 그리고 전기차, 자율주행, AI, 로보틱스, PAV(비행자동차/개인항공기) 등 미래산업 역량 확보에 20조를 투입하는데요. 정의선 부회장은 작년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의 50%는 자동차가,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봇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로봇 개발 인력을 확충하고, 세계적인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습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에 투자하고, 우버와 비행택시 사업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로봇, 자율주행, PAV, 플랫폼 등 정말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었습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현대차는 정말 미래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벌써부터 핵심분야로 여겨졌던 자율주행과 비행자동차 사업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로라가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ATG, Advanced Technology Group)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현대차 입장에서는 오로라가 커진다니 잘된 일이 아닐까 싶지만, 문제는 ATG가 바로 현대차의 경쟁자인 도요타가 투자한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오로라와의 독점 협력을 노리던 현대차로써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암초가 생긴 셈이죠.
게다가 도심 항공 모빌리티(비행택시) 사업을 위해 협력하고 있던 우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항공택시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협력 상대가 갑자기 바뀌게 됐습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이 현대차의 미래 전략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현대차로써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죠. 여기에 현대차가 삼성동에 짓고 있는 초고층 신사옥 GBC(Global Business Center)에도 4조 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어, 정작 투자해야 할 자동차 사업을 두고 엉뚱한 데 돈을 붓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차가 이번 우버의 사업개편을 계기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 몇 년간 현대차는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미래 자동차 플랫폼, 자율주행, 차량 공유 사업, 인공지능, 음성인식, 뇌공학, 로보틱스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돈을 부어왔는데요. 현대차의 투자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이제는 현대차도 정확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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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미디어 스타트업 BYTE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고 있는 장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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