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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ec 24. 2020

애플, 점점 웅장해지는 세계관

반도체와 전기차까지 직접 만든다는 애플


세계 1위 시가총액(2,240조 원)을 자랑하는 애플이 연일 화제입니다. 애플이 전기차 생산에도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주식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테슬라의 주가는 S&P 500지수 진입 당일, 한 때 6% 가까이 떨어졌죠. 여기에 지난달 애플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탑재한 신형 맥북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언뜻 보면 애플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전기차를 만드는 게 뭐가 그리 대수냐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여기엔 애플 세계관의 완성과 확장이라는 큰 그림이 깔려 있습니다.


최강의 하드웨어 기업, 애플

애플의 새 역사는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전화, 인터넷, MP3를 한데 통합한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죠. 이후 2010년에는 아이패드를, 2015년에는 애플워치, 2016년에는 에어팟을 출시하면서 제품 생태계를 점점 확장해나갔습니다. 이제 애플워치의 판매량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총 판매량을 넘어섰고, 에어팟 하나의 매출만 해도 이미 어도비와 엔비디아 같은 초대형 기업들의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3분기엔 무선 이어폰 시장이 지난 분기에 비해 24%가량 더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애플은 에어팟으로 굳건히 무선 이어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누가 뭐라 해도 애플은 사실상 디지털 하드웨어 시장의 최강자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하드웨어', 팀 쿡의 '서비스'

지금의 애플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든 것은 기기 간 높은 호환성과 스티브 잡스로부터 비롯된 제품 완벽주의였습니다. 그래서 2011년 애플의 "영적인 리더"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그저 "행정가"인 팀 쿡이 애플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애플의 시대가 저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죠. 하지만, 되려 팀 쿡이 CEO가 된 이후 애플의 주가는 무려 10배가량 올랐습니다. 팀 쿡은 취임 초기 아이폰의 보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드웨어 생태계를 더 확장한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멈췄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팀 쿡은 애플이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해답은 서비스였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2007년 아이폰 프레젠테이션

팀 쿡은 애플이 구축한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신용카드, 음악, 뉴스, OTT, 게임 등 엄청나게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어제자 키워드 한 입 <무럭무럭 홈피트니스>에서 소개한 피트니스+도 이 중 하나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애플은 이런 구독 서비스들을 한 데 모은 120달러가량의 구독 패키지인 "애플프라임"까지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비용대비 수익이 제한적이지만, 이런 서비스는 사람들이 많이 구독하기만 하면 계속 돈이 된다는 장점이 있죠. 그렇다고 애플이 하드웨어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아이폰12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5G 스마트폰 사업도 시작했죠. 애플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른 것도, 결국 애플이 자체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디지털 세계를 장악해나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반도체로 완성되는 애플 왕국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애플은 사실상 디지털 세상의 세계관 최강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전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애플의 서비스 유료 구독자 수도 수억 명에 달합니다. 아이폰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애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지난 6월 애플이 생산하는 PC에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애플의 이 선언은 애플 생태계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를 각각 CPU와 AP라고 하는데요. 스마트폰의 AP와 컴퓨터의 CPU 모두 하나의 반도체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반도체 설계는 엄청 어려운 일이기에, 애플 역시 과거에는 모두 인텔이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해왔는데요. 그러다가 작년 애플은 인텔의 모바일 모뎀칩 사업부를 인수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더니, 이제는 마침내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 반도체까지 직접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애플이 직접 설계한 M1 프로세서 [출처 : 애플(apple.com)]

애플은 지난 11월 직접 설계한 M1 칩을 공개했는데, 그 성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였죠. 인텔 칩을 탑재한 기존의 맥북프로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은 2배 가까이 높았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기존의 칩을 압도했습니다. 높은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오히려 배터리 소비량은 훨씬 적었는데요. 애플은 "M1칩을 통해 Mac이 최고의 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제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의 모든 기기에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가 탑재되면서 호환능력도 극대화될 전망입니다. 아이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앱을 맥북에서도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M1 칩을 탑재한 맥은 얼마 후 공식  출시된다는데요. 이렇게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던 PC용 CPU까지 직접 만들면서 애플은 '애플만의 왕국'을 건설한 셈이죠. 


애플이 전기차도 만든다고?

며칠 전 로이터 통신은 애플이 2024년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전기차 프로젝트를 준비해왔고, 자금력과 기술력도 뛰어난 만큼 전기차 시장 진출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죠. 로이터에 따르면 차세대 '애플카'의 핵심은 자체 제작한 전기차 배터리와 자율주행용 AI 칩인데요. 애플은 용량이 더 크고,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보다 더 안전한 '모노셀' 방식의 배터리를 자체 제작해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CPU, AP와 마찬가지로 자체 제작한 자율주행용 AI 칩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애플의 전기차 출시 소식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반응 [출처 : twitter]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소식이 들려오자, 글로벌 1위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주가는 한때 6%가량 하락했습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애플이 전기차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애플이 테슬라를 약 66조 원에 팔려고 했으나, 애플의 CEO인 팀 쿡이 이를 거절했다는 일화를 토로하며 애플이 진지하게 전기차를 만들려는 것인지 의심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과연 애플이 정말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애플이 완성차를 만들기보다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아직 애플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애플이 전기차까지 만든다면 아이폰부터 전기차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진정한 세계관 확장이 가능해지겠죠.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애플, 세계 통합 가능할까?

애플의 반도체와 전기차 자체 개발 소식이 들려오며 글로벌 시장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애플이 반도체 자체 설계를 선언하자 인텔이 난처해졌는데요. 인텔은 반도체 설계 생산까지 다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었지만, 올해 생산 부문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생산 부문을 줄이고 설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인텔의 최대 고객 중 하나였던 애플이 인텔이 설계한 칩을 안 쓰고 직접 반도체 칩을 설계하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죠.


게다가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입 소식이 나오자 테슬라의 주가는 한 때 급락하고, 자율주행과 전기차 부품 관련주들이 크게 오르는 등 모빌리티 관련주들이 요동쳤습니다. 아직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애플의 글로벌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죠. 아이폰으로 시작해서 디지털 세계를 장악해버린 애플. 과연 애플이 이 어마어마한 세계관을 어디까지 확장해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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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미디어 스타트업 BYTE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고 있는 장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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