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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졸 Jun 11. 2023

마피아 게임의 진정한 승리자

의심을 거두고 즐기는 사람이 승자다

마피아 게임은 다수의 사람 속에서 마피아를 찾는 게임이다. 마피아는 모든 시민을 죽여야 게임을 승리한다. 반대로 시민은 마피아를 찾아 투표로 죽여야 승리한다. 마피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해야 만한다. 서로가 끝없이 의심에 의심을 반복한다.



 나는 의심이 많은 편이다. 누군가의 호의가 나에게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나칠 수 있는 행동 하나. 표정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여.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의심'이란건 어쩌면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이런 특성은 쭉 있었다. 하지만 2023년을 살아가는 지금. 나는 이런 특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의심이 많은 성격이 '나'를 구성하는 한 요소라면. 평생 한 배를 탄 채.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성격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해. 눈치가 빠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타인의 의도를 왜곡할지도 모른다는 단점이 나에겐 더 크게 다가온다.


타인은 정말 선한 의도로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줬을지도 모른다. 그 손이 날 구원으로 이끌지. 나락으로 끌고 갈지는 손을 잡아본 후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겁을 지레 먹고는 그 손을 뿌리치기 바빴다. 좋은 기회들이 몇 번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인생을 바꿀 대박 기회도.


어쩌면 의심은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에 생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친구가 '오늘 스타일 괜찮네'라고 말을 했을 때. 내 생각과 그 말이 일치한다면.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 스타일이 오늘 구리다면. 나는 친구의 그 말을 의심하게 된다.


누군가를 항상 의심하며 사는 삶은 어떤가 생각해 보면. 전혀 재미가 없다. 인생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상황에 몰입하여 온전히 즐기기보단. 그 상황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해 의심의 기초 재료로 사용한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즐거움보단. 마피와와 비슷한 추리게임이다.


출처 : Unsplash


 만약에 내가 바뀌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삶이 얼마나 편해질까. 사람의 의중과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재밌을까.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 현재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해야 하는 노력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이어갔다. 당장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오는 방법들은 아니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주제들을 찾아냈다.


먼저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먼저 던진 의심의 씨앗은 상대의 생각 깊은 곳에서 꽃을 피워낸다. 그 사람 또한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상대를 먼저 믿고, 신뢰의 씨앗을 상대에게 준다면. 상대 또한 나를 믿고 신뢰한다. 관계를 의심으로 시작하느냐. 신뢰로 시작하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두 번째로 의심이 많은 성격은 상대방을 언제나 용의자로 몰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가 용의자나 가해자가 된다면. 피해자는 항상 자신이 된다. 의심의 위험성은 자신을 피해자로 설정한다는 데 있다. 관계에서 항상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해서 연출된다면. 자신이 피해자의 역할을 솔선수범하여 맡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관계를 재정비하고, 상대방을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할 때. 자신 또한 피해자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정확히 인식할 때. 의심이 많은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피아 게임에서 용의자를 만들지 않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무고한 시민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피아에게 의심대신 신뢰를 준다면 마피아의 마음을 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가운 의심으로 밀어내기보단. 따뜻한 믿음으로 품어준다면. 차갑게 얼어붙은 마피아들의 마음을 녹일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관계도 하나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면적으로는 의심을 하고 빨리 마피아를 찾아 관계를 끊어내야 하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인간관계'라는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의심을 하지 않고 맘 편히 즐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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