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모든 길이 막힌 듯했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가 답답함을 걷으려고 힘차게 나선 기분도 도로 여미게 만들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연이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봄기운이 땅에서 올라온다. 작년에 시에서 정원 박람회를 위해 마련했던 오밀조밀 정원의 모습들이 겨울 동안 화단 가림막에 가려져 있었는데, 그것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지난가을과 겨울에 투덕투덕 쌓인 낙엽과 지나는 사람들이 던진 자잘한 쓰레기도 모두 닥닥 긁어내고 털어내서 새로 올라오는 싹들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제, 봄이다
길이 환하다. 사람들을 가두고 있던 가림막도 걷어지는 느낌이었다. 얼굴도 가리고 몸도 시커먼 패딩으로 감싸고 꽁꽁 감추던 것들을 같이 거둬내는 것 같다. 내친김에 목까지 올렸던 점퍼의 지퍼를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훅 들어왔다. 봄바람이 온몸에 부딪친다.
예초기로 마른풀들을 잘라내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느낌이다. 내가 이발하는 것처럼 시원했다. 이어 포대에 거둬낸 낙엽들과 잘라낸 마른풀들을 쓸어 담아 길 가장자리에 나란히 세워 놓았다. 가지런한 포대자루가 따뜻한 햇살에 정겹다. 벼를 거두고 난 후 볏단을 쌓아놓은 논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시 한가운데서 만나는 시골이다.
단장된 길이 깨끗하다. 모든 시간이 정체된 것처럼, 모든 사람과 사물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대로 한 달 후, 두 달 후의 시간대로 미뤄지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침묵 속에 나른했는데, 봄단장과 함께 새로운 기운이 솟았다. 멈춰 있었던 시간을 돌아가게 하는 사인처럼.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고불 맹사성의 마음이 쑥 들어온다.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솟는다. 내쳐 집에도 봄을 불러들이고 싶어 시장에 갔다. 수북이 쌓인 채소들 중 봄동 한 묶음과 무 한 개 사서 돌아왔다.
무를 가지고 반은 무생채를, 반은 무조림을 했다. 채칼을 꺼내 쓱쓱 자르고 소금에 절인다. 고춧가루와 젓갈, 매실액을 넣고 마늘, 파, 양파를 버무려 양념을 해 두었다. 무의 뻣뻣한 기운이 가실 때, 물기를 빼고 양념과 주물럭주물럭 하니 금방 무생채가 완성되었다.
다음은 무조림이다. 무를 넙적 넙적 큼직하게 썰어 냄비에 차곡차곡 포갠다. 거기에 멸치 한 줌을 넣고 마늘, 대파, 청양고추, 간장, 젓갈과 들기름, 고춧가루를 적당히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센 불에 끓인 후 약불에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조린다. 이것도 완성. 생선 조림 같은 그럴듯한 냄새가 났다.
다음은 봄동이다. 봄동 이파리를 해체해 깨끗이 씻어 소금에 절인다. 물기를 뺀 봄동에 생체에 넣었던 양념과 비슷하게 넣는다. 고춧가루, 젓갈, 매실액 적당량, 마늘, 파, 양파를 넣고 아래 위로 뒤집어가며 버무린다. 같은 양념을 해도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군침이 돈다.
하는 것도 금방, 바로 먹을 수도 있다. 저녁 시간, 봄을 비빈다. 봄동과 생채 듬뿍 넣고 고추장 한 스푼에 들기름 한 스푼. 입을 크게 벌리고 봄을 맞이한다. 봄이 가득 몸속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