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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02. 2020

교육-문화-경제의 선순환 시스템

[서평] 홍익희의 유대인 경제사 10

세계의 경제를 유대인들이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히틀러가 내세웠던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는 유대인들이 세계 지배를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내용의 흥미로운 전설을 벗어나 위협의 증거가 되었고, 나치의 인종차별주의는 유대인의 경제력을 빼앗기 위한 선제적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세계 현대사>, 오인석)


유대인의 경제력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교육이다. 유대인 교육법은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된다고도 말하고, 하브루타 교육은 스스로 학습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바람직한 교육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들어주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교육, 인성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교육, 사회 생존력을 높이는 교육 등 유대인의 교육법은 감탄할 만큼의 여러 수식어가 따르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도 이미 많이 적용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유대인 경제사 시리즈 10권 가운데 마지막 권으로, 유대인들이 미디어, IT, 관광, 유통, 교육 등 고부가가치의 글로벌 서비스 산업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그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창조성을 바탕으로 꿈을 파는 유대인들, 정보통신업계에서 빛을 발하는 유대인들, 라스베이거스의 관광산업에 불을 지핀 유대인들, 그리고 창의성을 무기로 영화산업을 쥐고 흔드는 유대인들을 소개한다.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을 처음 창시한 하와이대학의 짐 데이토 교수는 세계 경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다시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동력이 혁신에서 창의성으로, 가치의 원천이 '지식과 정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그 중심에 유대인들이 있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앞줄에 앉은 유명 배우와 감독들 중 대다수가 유대인들이라는 것을 가족들과 얘기한 기억이 있다. 유대인이 영화 산업 전반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딴지를 걸자면, 미국인들의 자기소개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프랑스계 미국인처럼 계통을 내세우고 국적을 소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이민 온 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 윗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유대 혈통임을 입증하고 유대계라고 소개하며 유대인으로서의 성공담을 말하는 책에서의 방식은 뭔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대인의 특징을 강력한 결속력이라고 말한다. 글을 읽으며 그들의 연대는 우리나라의 혈연이나 지연 또는 학연 등으로 맺어지는 연결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공고하게 결속을 다지고 연대하며 서로를 이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월가와 정계, 미디어와 IT 산업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문화와 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전파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거룩한 나무'로 교회를 지으면서 세상에 영향을 주려고 했던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이제는 '할리우드'를 만들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책에서는 그들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내는 문화 콘텐츠의 힘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 영화 <아바타>를 통해 이야기한다. 순이익만 30억 달러, 현대자동차가 순이익 30억 달러를 내려면 2만 달러짜리 소나타 300만 대(순이익률 5% 적용)를 수출해야 하는 수치라고 견준다. <아바타>는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빚어낸 문화콘텐츠산업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바타>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을 당시의 영화를 보고 나서 충격이 있었다. 영화적 상상력과 스케일,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마다의 디테일에 압도되었다. 영화는 3D 기술의 신기원을 보여주었으며 그 후로 영화에서의 3D 기술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우리 영화를 통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며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만연한 계급 격차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봉준호 감독의 지속적인 차별과 계급 문제에 관한 영화적 관심을 많은 언론이 조망했고, 어느새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을 말할 때마다 바로 '계급'과 '신분의 격차', '차별'을 바로 떠올리게 되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차별과 계급의 문제를 이렇게 대중적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말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문화의 힘은 영화 <기생충>의 주제의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3월 13일 입장권 매출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 전 세계 수익은 2억 5351만 523달러(3104억 9968만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경제적 수익의 창출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한국적 사고의 우월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계 보편의 불의를 지적한다는 점이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국가적,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려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신 앞에서 즐거워하라"는 성경 말처럼, 유대인에게는 신이 창조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 곧 성스러워지는 길이다. 그런 기쁨을 전파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유대인이 많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미디어와 얽히면서 유대인이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 언론계에 유대인은 전체 종사자의 6%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유대 언론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유는 이들이 거의 모든 주요 매체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언론의 힘은 확인할 수 있다. 언론은 밤낮이 없이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전에 대놓고 밤의 대통령이었던 언론 권력은 지금은 낮에도 세상을 지배한다. 낮과 밤이 모두 그들의 지배하에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의 위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도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언론은 모든 국가권력을 압도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유대인들은 리버럴한 데다 탈무드의 영향으로 논리적인 사고와 경제관을 가지고 있다. 언론, 영화, 정보산업의 속성에 꼭 맞는 훈련이 잘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세계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한류의 시작이 된 드라마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렇다. 아이돌 그룹 BTS는 이미 전 세계의 우상이 되어 있다. 또한 BTS의 움직임 자체가 거대 기업에 맞먹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하는 곳이 많다. BTS의 경제적 가치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의류와 화장품의 판매 수익,  한국 음식의 수요 창출 등에서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


그룹 BTS의 연평균 경제효과는 약 4조 1400억 원,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위치한 중견기업 연평균 매출액의 26배 수준이며, BTS가 데뷔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총 56조 16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현대경제연구원, 중견기업연합회 2018. 12월 기준)


유대인들의 독창성, 창의성은 교육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문화와 미디어를 주도하고 있고, 다시 교육에 재투자되고, 교육을 받은 수많은 유대인들은 다시 새로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의 선순환이라고 해야 할지, 교육의 선순환이라고 해야 할지. 어느 것의 선순환이든 좋은 흐름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가 먼저 위기를 겪어내며, 의료계에서 축적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구 자료가 WHO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중요한 감염병 방역의 모범이 되고 있고, 공동 연구 제의나 자료 요청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질병에 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이 세계적으로 유용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류 또한 몇몇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선순환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와 콘텐츠를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올바른 역사에 대한 인식과 민족적 역량을 갖추고, 한국인의 긍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 산업과 교육이 유연하게 연결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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