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다녀왔습니다

by 바람

2주 전에 제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이 일을 보러 가야 한다고 했고, 가는 김에 같이 가서 일정을 하루만 더 잡아 쉬다 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고, 나도 좋겠다고 해서 계획한 것이었다. 티켓을 예약하고 확인받고, 숙소며 렌터카며 이것저것 체크하고는 잊고 있다 조용히 다녀왔고, 돌아와서 다시 이전의 상태로 다시 2주가 지났다. 혼자 이른 봄을 맞이했는데 서울과 경기 등 지역에서는 봄꽃 나들이 행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다시금 비상상황이 발생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절반의 여행이지만, 여행을 준비한다는 것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그래도 캐리어에 필요한 것을 챙기며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출발하기 전날 아침에 긴급재난문자 알림이 왔다. 총리 담화문이 발표되었고, 여행을 취소하거나 자제해달라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가도 되는 것인가? 갈 수는 있는 것인가? 공항에서 잡는 건 아니겠지? 설마, 비행기가 뜨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숙소가 폐쇄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못 갈 때 못 가더라도, 일단은 점심은 든든히 먹고 집을 나섰다. 탑승 수속은 버스 기다리며 모바일로 완료. 이렇게 간편한 세상이라니... 혹시 실수하면 번복하기 어려울까 싶어 그동안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는데 처음 해본 모바일 수속은 간편했다. 이 좋은 걸 왜 이제 하냐고, 남편은 앞으로 계속 모바일로 해달라고 했다.


공항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공항은 한산했다. 사람이 이렇게나 없는 공항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모바일로 탑승권까지 받았으니 조금도 기다리지 않고 수속을 마쳤고 탑승을 기다렸다. 탑승장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제주 가는 비행기 편이 몇 대 있었고, 탑승 대기 승객들이 승강장 주변에 앉아 있었다. 워낙 넓은 공간이어서 휑하니 빈 듯했다.



제주 공항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가는 통로에 발열 체크를 위해 일렬로 나가게 했지만, 이곳도 붐비지는 않았다. 이전 제주 여행 때는 렌터가를 공항에서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셔틀버스로 이동해서 다른 곳에서 렌터카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렌터카를 인수받으며 뒤쪽에 주차된 렌터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회사의 렌터카가 모두 운행을 안 하고 있는 듯 빈 공간이 없이 차가 세워져 있었다. 여행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주로 실내가 아닌 밖에서 볼 수 있는 관광지를 돌았다. 실내 관광지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미 휴관 조치가 내려져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산방산, 용머리 해안, 송악산, 마라도, 약천사, 한라수목원 등등을 찾아다녔다. 들르는 곳곳마다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 약간,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있었다. 내게는 제주에 몇 번 왔어도 모두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옆동네 방문하듯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니 실내 관람을 못 해도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역시 관광 특화 도시였다. 이전에 왔을 때 볼 수 없었던 제주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관광으로 온 듯 보이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공기가 맑고 좋은 곳이기도 했고 인적도 없으니 자유롭게 맑은 공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타인을 위해 마스크 착용할 것을 권유하는 안내 방송은 간간히 나왔고 장소가 장소니 강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이 몇 명 되지 않아 따로 간격을 벌리지 않아도 넓은 공간에 한 둘 있을 뿐이었다.


한라수목원에 가니 학교를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넓은 공간에 여기저기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을 놀게 하거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까이 찾을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 있다는 것이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커 보였다. 모든 관광 산업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갔을 때만 해도 제주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4명, 그도 모두 완치되어 퇴원했다고 했다. 육지와 뚝 떨어진 가장 청정지역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해외 유학 중 귀국해서 자가 격리하지 않고 제주 여행을 감행하고 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코로나 확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언론의 보도를 올라오고 나서 바로 접했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했고,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동조하기도 했다.


신천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분명하게 구상권 청구 소송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제주도에서의 소송이 처음인 것 같았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고 비용에 관한 것이나 법적인 처리는 차후에 진행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고 지키려고 하는 각자의 의식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코로나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도 열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필 이때 여행을 한 것이 잘한 결정인지 점검하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공항까지 오가는 버스에서 사람들을 가까이 마주하기도 했고, 비행기에서는 빈자리가 없이 빽빽이 앉아 있기도 했다. 관광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는 다행히(?) 만석이었다. 물론, 버스에서도 비행기에서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고 유난스럽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았다.


모두가 예민한 상태다. 더 나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예민함의 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유럽에서 전해지는 슬픈 소식들과 비탄의 노래를 인터넷 등을 통해 들으며 지구에 내리는 전염병의 재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은 데도 꽃은 피고 봄은 깊어가고 있었다. 제주에 있는 3일 동안도 벚꽃은 하루가 다르게 꽃봉오리를 열고 있었다.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제주지만, 꽃과 함께하는 봄날의 제주는 눈이 부셨다.



바닷가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 정도로 햇살이 뜨거웠다. 잘 데워진 모래를 발로 밟으며 봄의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느 때의 풍경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람 없는 바닷가의 풍경도 요즘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풍경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렌터가 반납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제주 동문시장을 들렀다. 시장에서 문을 닫은 곳은 거의 없었다. 모두 문을 열고 있었지만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관광객 몇 명이 기념품이나 특산품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었고, 시장 입구에 나물들을 팔려고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이 대여섯 분 앉아 계셨다.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취재하려는 것인지, 지역 방송에서 카메라를 여러 방향으로 번갈아가며 촬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시장은 시장다운 왁자함도 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 즈음, 여행을 가지 않았어야 했나 다시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갔다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관광으로 살아가는 곳이 관광객이 없으니, 어디랄 것도 없이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누군가는 그곳을 찾아야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또 모두가 하나의 표정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물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 곳도 있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난 김밥집은 예약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고, 유명한 삼겹살 집과 돈가스 집은 이미 만석이고 먼저 온 두세 팀을 더 기다려야 식당에 입장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곳들처럼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로 인해 주변의 집들도 장사가 되고 활기가 있는 것 같아 기다리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누구랄 것 없이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는 때의 여행이어서 오롯이 여행에 집중하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부러 사람을 피해서 사진 찍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사진에서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때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무거운 마음 반, 그럼에도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복잡한 생각을 다 털어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즐겼다. 숨죽이고 살아가다 잠시 훈풍을 맞으러 다녀오는 것도 다시 복잡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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