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글쓰기 과정을 통해 만나 끝까지 완주한 이들과 친해지면서 교육과정이 끝나고 따로 글쓰기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두 주에 한 번 각자 자신의 글을 쓰고 모여서 읽고 합평을 한 후 남은 시간에 살아온 얘기를 나누었다. 자신이 참여하는 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갔고, 그중 둘이 시에서 지원하는 미디어 사업의 영상 분야와 오디오 분야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특별한 일상이 온통 부러웠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좀 더 의미 있는 일, 재밌는 일을 찾아보던 중 행운처럼 접한 신세계인 그 일에 나도 도전해 볼까 싶었다. 부러운 마음을 은근히 내비취니 다음 기회에 같이 팀을 이루어 참여해보자고 모두 넉넉하게 받아주었다.
『‘미디어 창작소’』공고가 드디어 떴다. 시에서 미디어 관련 사업으로 시민 참여 프로그램 신청자를 모집했다. 생각했던 대로 영상 분야와 1인 미디어 분야, 팟캐스트 분야가 있었다. 영상, 미디어, 팟캐스트, 내가 그중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영상은 하나의 주제를 잡아 영상 콘텐츠를 완성하는 1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부담이 왔다. 작년 미디어 발표회에서 나이드신 할머니의 영상 만들기 도전 과정과 완성된 영상을 보았었고, 발표회 말미에 작가와의 질의 응답 시간까지 함께 했었지만, 그 대단한 여정을 부러운 마음을 담아 감탄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선택의 기로에서 누가 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영상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1인 미디어 분야와 팟캐스트 중 그래도 얼굴이 비치지 않는 것이 나을 듯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모두 샤이한 분들이었고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것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팟캐스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무언가를 한다고 나서는 지점이 되니, 미디어라는 것에 대한 환상에 두근거렸고, 미디어라는 말이 주는 부담에 속이 울렁거렸다.
글쓰기 모임의 지인들과 미리 얘기했던 대로, 의기투합하며 서로가 민폐는 끼치지 않겠다고 너나없이 말했다. 제안서를 막상 준비하려니 서류작성부터 제안 경위 작성까지 단톡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작부터 벅찬 느낌이었지만 덤벼 보자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서 작성, 접수, 면접 등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정해졌다. 대화 중간중간 다운로드한 지원서에 내 방식대로 단톡 방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정리해서 다른 샘한테 패스했다. 그 샘이 다시 수정해서 접수했고 또 다른 샘이 면접을 보게 되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결과가 그랬지만 과정 과정마다 나누는 진지한 대화, 서로를 향한 격려, 너그러운 마음들이 내내 좋았다.
발표 전까지도 '미디어 창작소' 지원이 막상 통과하게 되면 몸도 마음도 바빠질 것이라고, 편집이나 방송 과정에서 허둥댈지도 모른다고, 머리로는 이미 방송을 찍는 것처럼 온통 복잡한 생각이 얽혀 마음만 저만치 앞질러 가 있었는데, 끝이다 생각하니 한동안 설렘과 걱정과 복잡했던 머릿속의 생각들은 즐거운 상상이 되고 말았다.
급하게 선정한 주제가 고전으로 토론하기였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고전 필독서를 가지고 토론 주제를 잡고 각자 생각한 방향의 대안들을 정리해서 들려주자는 것이 우리가 얘기한 방송 컨셉이었다. 여럿이 모이면 서로의 생각이 모아지고 사소한 것이 멋진 것이 되고, 작은 것이 모여 풍성해지기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지금은 다시 일상을 회복했다. 다시 코로나의 일상으로 돌아왔고 내년에 기회가 되면 더 잘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유튜브 조회 수가 어떻다고 하며 화제의 영상이라고 소개되는 것들 천지다. 팟캐스트 방송도 서로 인기 순위를 경쟁한다. 기존의 공중파 TV 방송 내용도 유튜브로 다시 제작되어 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변화를 앞지르기는커녕 따라가기도 아직은 숨 가쁘다.
보는 것은 즐거운데 막상 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호흡이 불편하다. 이 느낌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 도전할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혼자서 혹은 둘, 셋이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자체가 처음이기에 마음의 부담을 수용하고 다시 겸손해진다. 그럼에도 올해가 끝났다고 손 놓고 싶지는 않다. 무언가 해보자고 하는 욕망이 아직 불끈불끈한다.
변화의 두려움과 변화를 향한 욕망과의 차이는 어쩌면 아주 작은 차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단 한 표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던 것처럼, 변화를 향한 도전의 열망도 0.1퍼센트만큼만 더 있으면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디어와 친해지기 위한 첫 도전은 이 마음자세만큼의 성공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