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생활

- 50대 중반, 위기 탈출

by 바람

“다리를 굽히면 안 돼. 팔은 귀 뒤로 쭉 뻗어 올려야 해. 목은 앞으로 나가지 않게, 어깨는 힘을 빼고.”

주문이 무성하다.

“내민 다리는 직각으로 해.”

얼굴의 표정을 못 봤는지 계속 잔소리다.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제는 B세트도 문제없이 해내지만, 문제는 자세다.


딸과 함께 요가를 시작하고 3주가 지났다. 워밍-업으로 30분간 러닝머신에서 걷고 내려온 후에 하는 20분 넘는 정도의 요가다. 오랜 시간 요가를 배운 딸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친다. A세트, B세트. 난이도에 따라 분류한 동작들을 각각 5번씩 진행한다. 세트 중간에 목 운동, 균형 잡기, 유연성 운동이 들어간다.


처음엔 무작정 따라 했다. 한때 그래도 유연하다고 자부하던 ‘부심’이 있었던지라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열심히 했다. 그러나 A세트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동작의 절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쉬운 듯 어려웠다. B세트는 더 날림이었다. 시작부터 고비를 맞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하니 이제 A세트의 마무리는 무리가 없게 되었다. 평소 기구 운동으로 팔 운동은 종류별로 나름 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는 듯했다. 팔의 힘이 제법 세진 것 같았다.


몸이 늙는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타이밍이 있다. 어느 순간 저절로 감지된다. 곧았던 다리가 굽고 휘청거린다. 어깨에 멘 백은 계속 내려온다. 힘이 빠지고 균형을 잃고 있다는 사인이다. 키가 작은 것도 아닌데 꼿꼿하게 등을 펴고 지나가는 젊은이들 앞에서 머리 하나는 주저앉은 느낌이다. 괜히 움츠러든다. 사이즈는 맞는데 옷 태가 안 난다. 둥글고 귀여운 칼라의 코트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체형이 바뀐 것이다.


인정할 수 없어 아직은 괜찮다며 무시했다. 먹던 대로 먹고 움직이던 대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펑펑해졌다. 어디를 봐도 활기찬 느낌은 찾을 수가 없다. 적나라한 내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사살까지 해 주었다.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반가우면서도 서글픈 만남이다. 50대 중반에 큰 위기를 맞고 있었다. 해마다 보내주는 몸의 신호를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몸이 붓는다(?)고 생각했고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칭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팔이 굵어 걱정하면 팔의 살이 가장 늦게 빠진다고 했고, 나온 배를 문제 삼으면 뱃살이 가장 늦게 빠진다고 말했다. 하체라도 날씬하면 좋으련만 항상 굵은 허벅지 살도 문제였다. 지금은 팔의 살도 뱃살도, 허벅지 살도 걱정하지 않는다. 어디에 붙은 살이든 단단하게 잘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하필이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해지고 있는 이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딸과의 요가에 매달렸다. 가까운 거리는 이미 6개월 전부터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요가를 한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전력 질주로 나를 향해 달려드는 나이의 어택으로부터 충격을 덜고 싶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으면 그로 족하다. 넘치는 딸의 잔소리를 웃으며 반길 수 있는 이유다. 딸은 내 어설픈 동작을 끝까지 바로 잡는다. 통증도 점검해 준다. 물론 칭찬도 따라온다. 나의 위기를 딸이 조정해 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