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위한 합리적 선택

시장에서 장보기

by 바람

요즘은 마트보다 시장에 더 자주 간다. 거리가 1킬로미터쯤 되는 곳이지만, 거기서 다시 시장 통로를 따라 시장 끝나는 지점까지 2킬로미터가량 직선 거리로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한 번 다녀오면 꽤 긴 시간을 걷는 셈이다. 배낭 짊어지고 두 부부가 늦은 저녁 장을 보러 나선다. 아이들이 늦게 귀가하니 둘만 식사를 해결하면 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가서 먹고 와도 되고 다음 날의 반찬거리도 준비할 겸 나선다. 명절이면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평일은 한산하다. 그 해결책으로 수요 시장을 마케팅으로 내세운 것 같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요즘 상생 경제가 화두다. 관에서도 협력하여 시장 살리기에 힘쓴다고 한다. 한때 재래시장 상품권이 나와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노력했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가 가는 곳도 수요 시장이라고 수요일은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가운데 각 상점에서 내어놓은 판매대에 매장의 세일 상품이 진열된다. 물론 상점마다 참여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어서 마트의 일괄적인 세일 행사와는 다르긴 하다. 수요 세일 행사는 이미 알고 시장을 찾는 사람도 꽤 될 정도로 많이 홍보가 된 것 같다. 살기 위한 몸부림은 이곳 재래시장에서는 더 와 닿는다. 우리의 시장행은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거창한 의도는 아니다, 우리의 필요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서 항상 사는 것이 있다. 김치부침개와 부추부침개다, 2장에 2천 원. 메밀전도 이런 기회에는 빼놓지 않고 산다. 메밀로 만든 전이 쫀득하고 안에 넣은 속 재료들도 만두 속처럼 메밀과 잘 어우러져 간편하게 먹기 좋은 음식이다. 둘은 시장에 들를 때마다 빼놓지 않고 꼭 사서 가져온다. 물론 세일 행사가 아닐 때도 부침개는 좋아하지만 세일 가격에 막걸리와 한잔하는 저렴하고 간단한 안주가 주는 맛이 있다. 열심히 일한 후 마시는 반주 같은 개운함과 노곤함을 즐길 수 있다. 날씨 좋은 봄가을에는 집에 오는 길에 있는 공원에서 먹고 홀짝이기도 했다.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그들 곁에서 우리도 소풍 나온 기분을 낸 것이다. 물론 요즘은 막걸리와 함께 집으로 가져와서 한잔하는 시간을 즐긴다.


재래시장은 거의 매일 전파를 탄다. 오늘은 삼척 중앙시장이 나왔다. 옆 방송에서는 가요 대전이 한창이다. 가요 대전을 본다고 지루한 광고를 참으며 오래 기다리는 아들을 두고 채널을 잠깐 돌렸는데 삼척시장이다. 삼척시장과 가요 대전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겨루고 있다. 시장 사람들, 사람 사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시골 장터가 늘 그렇듯 생선을 항구에서 싸게 가져와 시장 좌판에서 파시는 할머니가 나오신다. 장사를 마무리하고 몇 안 남은 생선을 들고 채소가게로 가서 현물 거래를 하신다. 생선 파는 할머니가 생선을 척 얹어 놓으면 채소 파는 할머니가 필요한 채소를 척 건넨다. 따로 인사도 필요 없다. 두 분 할머니 모두 허리가 90도로 굽어 이미 인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겸손한 상생 거래의 현장이다.


집에서 시키는 것보다는 재료를 사서 조리해 먹는 것이, 사 오더라도 마트보다는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 소비고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런 면에서라면 우리는 경제적 소비를 하는 가정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을 이용하다 보니 사야 할 것이 정해져 있고, 살 수 있는 곳도 이미 동선이 파악되어 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살 것들을 눈으로 봐 두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씩 사서 장바구니에 담는다. 카트를 밀고 가며 하나씩 툭 집어넣는 것과는 좀 다른 쇼핑방식이지만 우리에게는 잘 맞는 것 같다. 우리 집 장바구니는 둘의 등에 매달린 빈 배낭이다. 빈 가방으로 나가서 하나씩 채워 온다. 또 하나, 지고 와야 하니 당장 필요 없는 건 안 산다.


식사 준비라는 긴 과정의 번거로움과 귀찮음. 이런 과정이 좀 더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나누는 수밖에 없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디서 장만할 것인지,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언제 먹을 것인지, 이야기하며 준비하다 보면 함께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식사 준비가 더는 누구 한 사람에게만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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