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책거리에 다녀와서
“앞서가는 방법의 비밀은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북트레일러 한 곳의 공간에서 헤르만 헤세와 김수영과 마크 트웨인을 만났다. 그들의 경구를 바탕으로 누군가의 도전을 격려하고 누군가의 행복을 전하는 편지를 쓰도록 기획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지인의 결혼식장에 갔다 오는 길에 마포에 조성된 경의선 책거리에 들렀다. 경의선 철도 폐선부지를 공원으로 꾸민 공간이다. 과거 경의선 상의 세교리역과 서강역 사이의 공간을 책거리 역 팻말을 세워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고, 그곳이 책거리의 시작이며 끝인 지점이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해서 책거리 역까지 이어지는 북트레일러 문화 산책 코스. 다양한 포맷의 북트레일러를 둘러보며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기차를 연상시키는 조촐한 책방들과 사이사이 만나는 다양한 조형물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찾자고 하면 갈 곳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요즘 다시 실감하고 있다. 멀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는 특별한 정취라니……. 서울 홍대 하면 번잡하고 복잡한 젊음의 거리의 상징이다. 중심에서 조금, 아니 약간 비껴간 지점에 경의선 책거리가 있다. 홍대의 독립 출판 서적을 취급하는 자잘한 서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남편이 보여주는 나름의 이벤트였다. 춘천의 어느 기차역에 못지않게 감성과 추억이 몽실몽실 솟아오르는 곳이었다.
다양한 테마 공간, 도시재생 사업으로 탄생한 곳이고 문화공간이어서인지 영리를 생각하지 않고 시민의 휴식처 개념으로 기획되었다는 것과, 책과 만나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 무척 기분 좋게 느껴졌다. 마치 문득 찾아오는 행운처럼.
아는 것 아닌 아는 사람의 결혼식에 들렀다가, 책방을 보러 가자고 해서 나선 길이었다. 책거리지만 책이 주가 아닌 일상에 따라붙은 책의 느낌 같은 딱 그 정도의 무게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방에 하나쯤 꽂고 다니는 문고판 서적처럼, 내가 가는 곁에 조용히 따라와서 가만히 그 자리에 있다가 필요하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것들이 요즈음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특정한 어느 것에 전력투구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지며 스며드는 삶. 책이 그렇게 마음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작년 가을, 인터넷에서 찾은 홍대 서점 지도를 보며 딸과 버스를 대여섯 번을 갈아타고 서점 순회를 했었다. 맑은 날 외국의 여행지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여행자처럼 그날 하루를 촘촘히 계획을 잡고 서점을 순례했다. 가는 곳마다 다양한 특색이 보여 기분 좋게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에 다른 곳을 또 여행처럼 다니자고 약속도 하며.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은 느낌으로 근처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겼었다. 경의선 책거리도 그렇게 하루를 즐길만한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