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세계를 지배한다

서울식물원 내 씨앗도서관을 다녀와서

by 바람



씨앗도서관, 이름도 생소한 이곳은 마곡에 있는 서울 식물원 내에 자리한 공간이다. 400여 점의 식물 유전자원을 수집, 전시하고 있고, 시민에게 씨앗 보급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여 정원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 참여를 통해 씨앗을 보전하고 확산시키자는 것인데, 책처럼 씨앗을 대출해주기도 하고, 식물을 키워 자율적으로 씨앗을 반납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1997년 IMF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의 종묘회사가 미국 종묘회사에 매각되었다. 우리 식물종의 근간이 되는 종묘 업체가 매각되며 우리 식물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과, 당시 우리 자본의 무참한 (강탈에 가까운) 매각을 목격하며 먹거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포로 다가왔었다.


미국의 종묘회사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바탕으로 GMO 농산물을 개발해 다시 세계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이미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계와 법조계 장악했고 특허법이라는 이름으로 씨앗을 장악했다. 구매한 품종은 수확을 통해 얻은 씨앗을 재 파종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고 한다. 사 온 종자에 대해서는 수확한 것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지어오면서 누려왔던, 씨 뿌리고 수확하고 다시 뿌릴 수 있는 권리가 그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에 악용되고 있다.


유전자 변이 식물, GMO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과연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남았을지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다가왔고, 인간의 유전자 체계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등의 여러 괴담들과 함께 콩, 두부, 식용유 등 관련 제품을 먹는 사람들을 망설이게 했다. 콩 제품을 애용하는 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2020년 씨앗도서관을 보며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식물이나 곤충, 동물들도 외래종의 유입으로 우리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고, 토종이 힘을 쓰지 못해 죽어 나간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것의 씨앗을 시민들의 참여로 지키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보급하고 확산시키자는 취지가 정말 좋아 보였고, 씨앗도 우리 것은 정겹고 예뻐 보여 전시실에서 씨앗들을 한참 들어다 보았다.



현재는 어떨까. 매일 먹는 쌀은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형질의 쌀로 품종 개량을 시도하고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생산된 것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우리 품종으로 하나를 더하는 양상이다.


다른 것들도 비슷하다. 고추도 더 맵게, 딸기와 방울토마토는 병에는 더 강하게 당도는 더 달게, 멜론과 참외도 저항성이 강한 품종으로, 사과는 식감에 따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이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고 그것들 중 취사선택하여 소비자들은 즐기고 있다. 원래 우리 것이 아닌 파프리카나 브로콜리 등은 이미 생산농가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 것 같고 이들도 역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쯤에서 과연 우리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형질이 변경된 것은 우리 것인가. 품종 개량을 통해 공급되는 것은 유전자 변형과 무관한가. 어디까지가 토종이고 어디부터 외래종인가. 우리의 씨앗은, 우리의 품종은. 이제, 토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등등.


현재는 농산물도 세계시장이 개방되어 있고 더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육종 연구는 생명공학 기술과 연계해서 다양한 형질의 개량,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연구를 통해 지식 농업, 기술 농업을 구현하고, 그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세계 유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농업기술의 발전과정 및 전망>, 원예연구소)



씨앗도서관을 둘러보다 혼란에 빠진 생각들, 산발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검색을 통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의문을 잠시 덜 수 있었다는 것으로 나름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씨앗은 길을 찾기 어려운 미로로 나를 안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도 지친다. 하여 씨앗 대출은 다음 기회에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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