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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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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Jan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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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우뚝 서 있는 아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여자와 무심한 남자의 서로 다른 발길,
몸으로 뿜어 내는 제어를 모르는 욕구,
참지 못해 내지른 날카로운 목소리,
놀란 아이의 눈동자의 흔들림을 느낀다.
집, 밥, 엄마라는 단어에서 퍼져 나오는 온기,
귀가하는 바쁜 발길들,
남은 과일을 처분하려는 노점상의 외침,
얼어붙은 빙판 위로 반짝이는 불빛,
갈 곳 없는 노숙인이 앉은 아스팔트의 냉기를 느낀다.
작은 손수레에 차곡차곡 얹은 박스,
지친 몸을 달래줄 담배와 소주병,
노곤한 육신에 파고드는 검붉은 피로,
좀 전에 받은 전단지를 수레에 올려놓는 행인,
저는 다리로 기우뚱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끌고 가는, 수레의 무게를 느낀다.
간밤의 냉기를 품고 달려드는 바람,
옷 춤 새로 파고드는 바람에 움츠린 어깨,
눈 밑의 검은자위를 감추는 하얀 분가루,
열차의 도착 시간에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뛰는 발걸음,
때맞춰 도착한 열차에 올라타 단단한 손잡이에 기대면 오른팔에 실리는 몸을 느낀다.
툭 던져진 당돌한 언행,
무심한 표정 위로 찌그러진 어설픈 미소,
외면하지 않지만 마음이 시키지 않아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
구겨진 내면과 보이는 외피의 엇박,
아름다운 노랫말이 귀에 턱 걸리는 듯한 이질감을 느낀다.
우연히 바라본 하늘에 그려진 비행운,
일자 획이 눈동자에 새겨지는 선명함,
잔뜩 웅크린 등에 닿는 햇살의 따사로움과
터지는 빛의 반사,
힘차게 굴러가는 자전거의 경쾌한 따르릉 소리,
바삐 오가는 무수한 걸음 사이로 똑 똑 지팡이를 짚은 둔탁하고 느린 걸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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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일상 속 잊고 있던 나를 찾아보려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글로 씁니다. 책과 영상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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