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을 짜다

by 바람

시누이가 들깨를 보내왔다. 시어머님께 보내온 것이었는데, 어머님이 가져가서 짜서 먹으라고 다시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마침 들기름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시장을 오갈 때 한 병 사야 하나 기웃거리던 차에 때맞춰 보내주신 것이어서 반가웠다.


예전에는 누가 들깨 혹은 참깨를 보내와도 냉장고에 처박혀 있다가 버려졌고, 고춧가루를 보내와도, 고추장 된장을 담가 작은 항아리에 예쁘게 담아 와도 베란다에 그대로 있다가 버려지기 십상이었다. 받아먹는 자세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지인들이 보내주는 모든 것들이 소중해졌다. 작은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담긴 된장 한 덩어리도 집에서 맛있게 끓여 먹게 되었고, 청국장 몇 덩어리 콩비지 한 봉지도 누군가 챙겨 주면 주는 사람의 마음이 고마워서 그날 바로 끓여 먹으며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식탁에 앉은 가족들에게 말을 할 정도로 마음이 바뀌었다.


들깨는 지난 가을에 한 말을 보내오고 이번이 두 번째다. 아마도 어머님이 들깨 강정을 만들어 간식처럼 드시는 것을 보고 시누이가 챙겨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내준 것이 우리 집으로 와서 식탁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어머님가 주시는 것들은 늘 완제품으로 바로 먹을 수 있게 짜서 보내주셨는데, 지난번 보내주실 때부터 직접 짜서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집에 가져와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시장을 오가다 기름 짜는 곳을 보고 난 후에는 씻어서 가야 하는지 양을 계량해서 가져가야 하는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주말에 남편과 무작정 시장에 들고 갔다.


가져가기 전까지의 염려는 쓸데없는 것이었다. 가져온 것들을 계량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척하고 볶아서 기름으로 짜는 것까지 알아서 가게에서 척척 해주었다. 자동 세척하고 물기를 빼면, 건조하는 곳으로, 볶는 곳으로, 다시 짜는 틀로 옮겨졌다. 재미 삼아 구경하면서 잠깐 기다리면 어느새 들기름 여섯 병이 앞에 딱 놓였다. 짜는 비용과 공병 값만 지불하면 유기농 국산 들기름이 푸짐하게 생기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참기름은 좋아했어도 들기름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들기름이 몸에 좋다고 전에도 어머님은 종종 보내주셨지만, 한두 번 나물을 무칠 때는 제외하면 냉장고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가 들기름의 온전한 향을 잃을 때쯤 아까워하며 버려지곤 했었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음식을 할 때에는 들기름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들기름의 쓰임이 있는 음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들기름이 참기름보다 더 좋아졌다. 어떤 음식에든 들기름을 넣으면 향과 풍미가 더 깊어졌다. 그것이 없이는 모든 음식이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횡재 같은 선물이 다 떨어질 즈음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에서 미리 주문하거나 시장을 기웃거리며 장만하곤 했다. 이렇게 한 병씩 사 먹는 것들은 시골에서 지인들이 보내주는 것에 비해서는 양이 늘 부족했다. 먹기 시작하면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였다. 아침은 안 먹고 나가고, 저녁은 먹고 들어오거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주말에만 한두 끼 정도를 해서 먹었기 때문에 양념을 집에 두루두루 갖춰놓지도 않았었고 없어도 아쉽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안 하는 지금은 매 끼니를 집에서 챙겨 먹는다. 그러다 보니 양념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음식을 할 수가 없다. 그중 들기름과 참기름은 음식의 맛을 내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재료다. 지금은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다 귀하고 소중하다. 그동안 냉장고에 자리만 차지하다 버려진 것이 너무 많아 죄스런 마음도 크다.


이번에 온 들깨는 한동안 식탁을 차릴 때마다 고마운 마음 오래 곱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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