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길 사람들
빵 하면 군산, 군산 하면 빵. 진리와 같은 이 표현은 앞으로도 유효할 예정이다. 바로 세 청년의 꿈이 담긴 오존 베이커리가 있기 때문. 구영7길 귀퉁이에 있는 이곳은 군산의 유명 빵집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달걀과 설탕 등 빵 본연의 맛을 해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게의 철칙이라고. 덕분에 빵은 담백하고 물림이 없다. 그들이 꿈꾸는 빵이다.
editor 서용원 photo 손영배
군산에서는 보기 드문 빵에 먼저 반응한 건 지역 주민이었다. 건강한 빵을 찾아 오전부터 시작된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바쁜 건 내부도 마찬가지. 새벽부터 시작되는 빵 굽는 작업과 손님맞이로 가게는 언제나 북적인다. 특이한 점은 매 순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 찾아준 모든 분들께 웃음을 함께 선물하고 싶다는 세 명의 청년 대표를 느지막한 오후에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우선 다섯 번째 구영길 사람들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기 : 저희가 오존인데 공교롭게도 다섯 번째 인터뷰이네요. 하하.
희 : 아하하하.
섭 : 그런 말 좀 하지 마. (웃음)
정말 공교롭네요. (웃음)
섭 : 이 형이 개그 욕심이 있어요.
기 : 제가 남들 웃기는 걸 좋아해가지고. (웃음)
웃음 넘치는 인터뷰 좋습니다. (웃음) 세 분이 공동 대표라고 들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섭 : 네, 저는 오존 베이커리에서 빵과 커피를 맡고 있는 김민섭입니다.
기 : 저는 오존 베이커리에서 맏형이자 위트와 개그, 그리고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는 여찬기라고 합니다.
희 : 저는 오존 베이커리에 7월부터 합류한 이인희고요. 지금은 반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반죽은 한 달에 한 번씩 교대로 하는데, 이번 달에 제가 새로 들어와서 반죽을 맡았습니다.
반죽이 힘든 일이라서 교대로 하시는 건가요?
섭 : 반죽이 매일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묽기가 달라져서 한 사람이 그 감각을 유지하는 게 좋거든요. 또 반죽 치는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세 명의 평균치를 잡으려고 돌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세 분 모두 군산 출신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군산에 모여 빵집을 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섭 : 이거는 뭐, 거의 3시간짜리 이야기인데. (웃음)
기 : 짧게 해 짧게.
섭 : 우선 저희 셋은 전 직장에서 만난 사이에요. 찬기 형이랑은 그 전에 제빵 학원에서부터 알고 있었고요. 형이 같이 근무하던 인희를 소개시켜 줬고, 그때부터 종종 맥주 한잔하곤 했죠. 그러다가 저랑 찬기 형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아는 분이 계셔서 얼굴도 볼 겸 군산으로 오게 된 거예요. 숙소 예약도 안 해서 찜질방에서 자는 그런 여행이었어요.
기 : 그렇게 둘째 날인가, 저녁에 월명동을 걷고 있는데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이 동네가 너무 좋은 거예요. 연고 하나 없는 동네인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없던 용기도 생기는 것 같고요. 그러다가 창업을 결심했어요.
갑자기요?
섭 : 무모했죠.
기 : 그런데 그때부터 일이 정말 잘 풀렸어요. 지금 가게 자리가 예전에 화과자 전문점이 있던 곳이거든요. 사장님이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빵집을 기다리셨는데 저희가 딱 들어온 거죠. 덕분에 설비랑 인테리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준비하다가 군산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한 번 났는데, 새벽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서 언덕에서 굴렀거든요. 정말 다행히 저희는 안 다치고 차만 파손된 사고였어요. 그때 저희를 도와주셨던 분이 마침 익산에서 커피 로스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웃음) 시간이 늦어서 견인차도 못 온다고 할 때 차도 꺼내 주시고, 저희 빵에 맞게 원두도 맞춰 주셔서 지금의 맛이 되었죠.
인희님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지 않고 최근에 합류하셨잖아요? (웃음) 합류를 결심하게 된 이유나 오존에 느낀 매력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희 : 합류는 찬기 형이 먼저 제안을 주셔서 하게 됐어요. 찬기 형을 알고 지낸 지는 3~4년 정도 됐는데, 그 됨됨이라고 하죠? 형의 생각이나 행동이 저랑 너무 잘 맞아서 이 사람이랑은 오래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안을 받았을 때 조건 따지지 않고 바로 하겠다고 했죠.
섭 : 이야아. (웃음)
기 : 하하. 민섭이랑 인희도 서로 잘 맞고 좋아해서 바로 부를 수 있었어요.
희 : 저는 빵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게 더 좋거든요. 셋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런 가치관이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빵으로 돈 벌기보다는 욕심 안 부리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너무 즐겁게 일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오존 베이커리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 매력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그런데 가게 이름은 왜 오존이에요?
기 : 음, 저희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왜 오존이냐고. 어떻게 하다가 오존이 됐는지 그 과정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정해 놓고 보니 산소 원자 세 개가 모이면 오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산소 같은 사람 세 명이 모여서 오존이 되었다고 말하고 다녀요. (웃음) 또 저희 마스코트가 곰이거든요. 서울에 '프릳츠 커피'를 벤치마킹 한 거예요. 마찬가지로 왜 곰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하는데, 요즘은 손님분들이 먼저 '북극곰? 오존층? 아하!' 하시면서 의미를 부여해 주시곤 해요. (웃음)
하하하. 그럼 하드 계열 빵을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섭 : 그건 저희가 하드 계열 빵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희 : 빵에 꼭 필요한 재료가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효모 이렇게 4가지거든요. 이 재료만으로 풍미를 살려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담백하고 어떻게 보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담백한 사람. 그래서 빵으로 저를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기 : 뭐야. 준비한 거야?
희 : 네, 준비 조금 했어요. (웃음)
기 : 하하. 저도 인희 말에 공감하고, 비슷한데. 설탕이나 버터, 우유,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꾸밈없는 빵이 저희한테 맞는 것 같아요.
계란이나 우유 같은 재료조차 넣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기 : 지금 저희가 만드는 빵에서는 굳이 필요가 없어요.
희 : 그런 재료가 들어간 빵이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고, 굳이 넣지 않아도 저희가 원하는 맛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기 : 물론 피낭시에나 식빵처럼 반드시 넣어야 하는 종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서 본연의 맛에 집중하도록 한 거죠. 바게트나 치아바타는 그마저도 필요하지 않아서 안 넣는 거고요.
재료 외에 맛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요?
기 : 반죽은 날씨를 이길 수 없거든요. 그래서 만들기 전에 다 같이 모여서 대화를 해요. 매일 달라지는 습도나 온도에 따라 반죽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숙성은 더 시켜야 할지,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하는 일들을 정하죠.
희 : 조금 늦어져도 개선해야 할 점이나 특이한 점이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 같아요.
섭 : 또 하드 계열은 '겉바속촉'해야 맛있어서 굽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날씨에 따라 굽는 시간도 다르게 하고, 중간에 빵 위치도 계속 바꿔줘야 해요.
희 : 밀가루 같은 경우도 단백질과 회분 함량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원하는 수준이 나올 수 있게 프랑스 밀가루, 캐나다 밀가루, 통밀을 섞어 사용하기도 해요.
기 : 인희가 온 지 3주가 됐는데, 반죽의 수분량을 계속 바꾸고 있어요. 저희가 원하는 이상적인 맛을 찾으려고 계속 시도하는 거죠.
희 : 저희도 그런 재미로 빵을 만드는 거거든요. 귀찮더라도 이렇게 하면 더 좋은 빵을 손님들께 드릴 수 있고요.
섭 : 그런 과정마저도 재미있으니까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빵은 뭐예요?
기 : 장사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시는 분 연령대에 맞는 빵을 추천해드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게트를 꼽고 싶어요. 오존 베이커리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이거든요. 최소한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어서 제빵사의 기본기가 드러난달까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빵이기도 하지만, 저희 바게트 드시면 실망하지는 않으실 거예요.
희 : 그래서 빵집 가서 바게트를 보면 그 집 실력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거든요. (웃음) 저는 두 개를 골랐는데요. 호두 크랜베리 바게트랑 플레인 치아바타를 자신 있게 추천해요. 빵의 기원이 서양인데 그쪽 사람들에게 빵은 밥이거든요. 식사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곁들여 먹는데, 한국은 간식으로 소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간식으로 드실 분은 호두 크랜베리 바게트를, 혹시 식사용으로 드실 분은 플레인 치아바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섭 : 제가 원래 바게트를 하려고 했는데. (웃음) 저는 다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가 하나하나 정말 정성을 다해서 만드는 빵이기 때문에 여러 빵을 드셔 보시고, 이런 빵을 이런 마음가짐으로 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단골손님들이 자주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분들이랑 스스럼없이 대화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진짜 동네 빵집 같달까?
섭 : 너무 영광이죠.
희 : 어떻게 보면 저희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그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분은 손님이잖아요. 그래서 손님분들한테 정말 고마워요.
기 :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맛있는 빵은 기본이고 좋은 기분까지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더욱 오셨을 때 웃겨드리고 싶어요. 제가 웃겨드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 편하게 오셔서 웃고 쉬다가 가시면 좋을 것 같거든요. 그게 진짜 동네 빵집 아닐까요? (웃음)
섭 : 저도 형이랑 같은 생각인데. 제가 만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나눠 먹었을 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냥 편안하게 가게에 앉아 있다가 가셔도 좋고, 제 빵을 드시면서 웃고 떠들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거죠.
가게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방금 '기분 좋은 동네 빵집'이 떠올랐어요.
기 : 그것도 너무 좋네요. 제가 바라는 오존의 모습이랑 비슷해요. 찾아 주시는 분 입에서 '거기 되게 기분 좋아'라는 말이 나왔으면 하거든요. 저는 웃음 가득한 빵집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좋은 빵을 드리고 싶은 욕심에 개그 욕심을 더한. (웃음)
섭 : 저는 공존이요. 빵에 대한 이상 같은 것도 좋고, 정말 모든 걸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희 : 저는 문장을 만들었어요.
기, 섭 : 이야, 준비 많이 했어 진짜. (웃음)
희 : 하하. 그래서 '매일 먹는 빵을 매일 만듭니다'라고…..
섭 : 근데 우리 월화에 쉬잖아요.
희 : PS. 주5일.
(일동 웃음)
앞으로 오존 베이커리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기 : 빵은 여름이 비수기거든요. 그래서 9월부터 제품을 조금씩 늘리려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조금 더 큰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월명동 안에서 공간의 여유를 갖고 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희 : 하드 계열 빵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맛있게 먹는 방법도 연구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판다든지, 그런 식으로 저희 빵을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섭 : 또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게 앞에 청소년 센터가 있어요.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제빵을 배우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저희가 교육도 해주고, 지원도 해줄 수 있는 빵집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세 분에게 '빵'이란?
기 : 이런 건 또 재미있게 가야. (웃음) 빵을 시작하면서 제 하루가 정말 규칙적으로 바뀌었거든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도 빵이고. 그래서 빵은 나를 깨워주는 알람 같은 존재다….
희 : 아…. (웃음) 저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웃음) 제가 처음 빵을 시작했을 때 빵은 정복하고 싶은 산이었어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까 이 산을 정복하는 건 불가능하겠더라고요. 늘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지금은 그냥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외국인 친구. 처음에는 말이 안 통했다가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지금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그런 외국인 친구요.
기 : 준비 많이 했다? (웃음)
희 : 저 어제 새벽 한 시에 잤어요. (웃음)
섭 : 열심히 했네. (웃음) 저는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워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제가 빵을 하고 싶은 이유가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빵을 즐기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빵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매개체인 거죠.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주는 그런 존재.
기 : 다들 준비 많이 했네?
(일동 웃음)
기 : 친구들이 진지해지니까 자리를 빌려 이야기를 좀 더 드리면. 저희가 동업이라는 단어 안에서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더욱 견고하고 단단한 오존이 되고.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와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점점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