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길 사람들
식당의 기본은 음식의 맛이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 앞 줄을 보라. 그곳이 노포든, 프랜차이즈든 가리지 않고 길게 늘어선다. 그런데 맛만 있으면 되는 걸까? 이제 요리의 기본을 생각해 보자. 품질 좋은 재료, 청결한 관리, 알맞은 조리법.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별식당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editor 서용원 photo 손영배
영화동부터 월명동까지 뻗은 구영6길.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별식당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새하얀 외벽과 금빛 별장식이 오후의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기 때문. 그 사이 내부에서는 김형준 사장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음식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철학으로 지은 적극적인 공간에서, 재료와 도구 하나하나, 세심하게 준비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깜짝 놀랐어요. 지나다니면서 봤을 때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인 줄 알았거든요.
하하. 요즘 동네에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연령대가 낮아지긴 했죠. (웃음) 그래도 제 나이에 비해 가게를 오래 운영하지는 않았어요. 작년 봄에 문 열었으니까 이제 일 년 반 정도 지났네요.
이전에도 식당을 운영해 오셨나요?
아니요. 그전에는, 음… 복잡하게 살았어요. 군산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서울가서 공부도 했었고 회사도 다니다가 1996년쯤에 다시 군산으로 내려왔죠. 내려와서는 수학 학원을 오래 운영했는데, 접고 IT 회사, 식품 회사에 있다가 그만두고 별식당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원래 먹는 거 자체를 좋아해요. 요리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학원을 운영할 당시에 일을 하면서도,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요리 공부를 하곤 했죠. 그러다가 식품 회사를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한 거예요.
가게 이름이 별식당이에요. 가게 앞에도 별이 붙어 있고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별은 희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의 희망일 수도 있고, 찾아오시는 손님분들의 희망일 수도 있죠. 식품 회사에 다니면서 유통업계 원가 구조의 문제점들을 알게 됐어요. 몇몇 유명 음식점에 대해 실망도 했고요. 먹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인데, 현실을 보고 나니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되더라고요. 그래서 만드는 사람도 만족하고, 먹는 사람도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꿈꾸게 됐어요. 비록 저희가 정식 요리 수업을 받은 건 아니지만, 그런 식당이 군산에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던 거죠.
그렇게 가게 준비를 하신 끝에 이곳 구영길에 자리 잡은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군산에서 오랫동안 사신 만큼 동네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거든요.
우선 가장 좋은 건 집에서 가까운 거. 제가 여기 히로쓰 가옥 근처로 이사 온 지 한 6년 정도 됐거든요.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죠. (웃음) 그리고 이곳은 제 어렸을 적 추억이 묻어 있는 동네예요. 그때도 여기는 월명동, 영화동이었는데 두 동네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위기가 정말 달랐어요. 영화동은 술집 많고, 미군이 살던 곳이라 시끄러웠거든요. 반면 월명동은 평범한 가정집이 많아서 차분해지는 곳이었죠.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약해졌지만, 아직 느긋하게 산책하기는 좋은 것 같아요. 한국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은데, 골목골목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월명산도 보고 군여고 정원도 보고 하면 좋잖아요.
군여고 정원이요?
네. 안 가보셨어요? 군여고 정원은 정말 가 볼 만해요. 식민지 시대 잔재이긴 하지만, 저희 어머니가 학교 다닐 때부터 유명했대요. 이 주변이 어느 정도 잘 사는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라 나름의 멋이 있거든요. 그런 장소들을 걸어 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장점이죠. 또 시청이나 법원 같은 관공서가 있었으니까 음식 문화도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 장점들을 살린다면 더 큰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의 문화가 섞여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것에 영향받은 또 다른 문화가 탄생할 수도 있고요.
제 또래나 저보다 조금 아래뻘까지 군산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건물 양식이든 음식이든 딱히 일본풍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익숙한 거죠.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거니까. 뭘 하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데 말씀하신 대로 요즘 젊은 분들한테는 그런 것들이 새로운 매력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도 일본 한 골목에 숨어 있는 동네 식당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하. 인테리어는 깔끔함을 우선으로 두고 깔끔하게 보이려고 굉장히 신경 썼어요. 또 메뉴에 맞춘 것도 있는데. 가족끼리 오셔서 아빠는 소주 마시고, 엄마는 와인 마시고 하는 분위기에 딱 맞아요. 너무 술집 같지도 않고, 카페나 밥만 먹는 가게 분위기도 아니거든요. 이런저런 메뉴 시켜 놓고 가족끼리 기분 좋게 한 끼 먹고 갈 수 있는 거죠.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오픈형 주방도 눈에 띄는 부분인 것 같아요. 주방을 오픈형으로 만드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건 애초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주방을 뒤로 빼면 그만큼 식탁 수를 늘릴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우리가 줄 서서 먹는 집도 아닌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해서 오픈형으로 만들었죠. 음식 주기도 편하고. (웃음) 아, 또 미국이나 유럽에 여행 가서 느낀 건데, 오픈형 주방이 정말 많더라고요. 주방이랑 대화도 오갈 수 있고, 주방에서 나는 소리가 식당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요. 그런 활기찬 분위기가 좋았어요.
공개하는 건 또 자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렇기도 하죠. 저희도 요리할 때 조금씩 지저분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깨끗하게 쓰려고 하고 있어요. 음식에 묻어나는 기름 찌든 냄새나 행주 냄새는 주의만 기울이면 막을 수 있거든요. 위생 문제니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대표님은 조리도 주문이 들어오면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영업 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철학까지는 아니고요. (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조리한다, 사용한 도구는 세척하기 전까지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기름하고 닿는 도구는 바로 씻어야 하고, 또 재료도 최대한 좋은 재료 쓰려고 하고요. 저희가 최근에 양송이를 바꿨어요. 마트에서 산 건 이틀이면 물러지더라고요. 식품 회사 다닐 때 납품하던 곳에서도 받아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서 수소문하다가 최근에 소개받은 농장에서 직거래로 받아보니까 이게 양송이구나 싶더라니까요. (웃음) 보관했다가 썰어 보면 며칠이 지나도 단단해요. 원재료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허투루 넣는 재료도 많이 줄였어요. 파스타에 넣는 파슬리 가루도 빼고 생파슬리를 쓰게 됐고요.
어쩐지 파스타에 들어 있는 이파리 향이 정말 좋더라고요.
원래 파슬리가 그런 맛이 나요. 국물에 잘 배기도 하고 해산물 비린 맛도 잡아주죠. 익히면 향이 더 진하게 나오기도 하고, 한국인 입맛에 거부감도 덜해서 넣고 있어요.
대표님의 요리를 향한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를 시작하는 건 매출과도 직결된 문제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중간 과정을 거쳐서 미리 준비해 둔 요리는 수분 손실이 생겨요. 그러면 맛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밖에서 먹는 생선구이나 찜이 집에서 먹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이거는 식당 식구 전체의 생각인데, 여기는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주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저희 요리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대접하고 싶어요. 초창기에는 아예 미리 말씀을 드렸어요. 급하게 드셔야 한다면 저희가 느리게 나오니까 다른 곳으로 가셔도 된다고요.
초창기에 그러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하하. 이거는 다른 이야기지만, 가게 전에는 시류에 따라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왔어요. 아닌 걸 알면서도 돈 많이 벌 생각으로 살다가, 별식당 준비하면서 '나만의 확고한 철학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죠. 결국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분들이 뭔가를 해도 제대로 된 걸 만들어내더라고요. 거기서 마음의 울림을 얻기도 했고. 그래서 준비할 때 가게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 음식을 드시고 행복함과 즐거운 마음이 들면 좋겠고, 그걸 위해 좋은 재료 쓰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하는 거죠.
대표님 말씀 듣다 보니 더욱 빨리 묻고 싶은 질문인데요. (웃음) 가게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어떤 걸 꼽으시겠어요?
혼자나 둘이 드실 때는 함박 스테이크가 좋아요. 한우를 사용해서 고소하고 맛도 아주 좋습니다.
한우만을 사용하시는 이유도 있을까요?
수입 소고기는 누린내가 많이 나거든요. 주로 양념을 많이 해서 냄새를 잡는데 그렇게 팔고 싶지는 않았어요. 한우도 수소나 거세 한우는 누린내가 날 가능성이 높아서 암소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가게에서 스테이크 드시면 고기 자체가 고소한 맛이 진할 거예요. 그 맛은 수입육이 절대 대체할 수 없죠.
한우 말고 추천할 만한 메뉴가 있을까요?
여럿이서 오셨을 때는 도미 조림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웃음) 해산물 좋아하시면 바지락 파스타에 한국 술도 좋을 것 같아요. 파스타지만 해산물의 시원한 맛도 있고 얼큰한 맛도 있어서 한국 술이랑 잘 맞는달까. 무슨 말인지 아시죠? (웃음) 또 문어숙회도 반응이 좋아요. 후포리 문어를 써서 씹는 맛부터 다르죠.
하하. 절로 배가 고파집니다. 별식당을 한 문장으로 쓴다면 어떻게 표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요즘 젊은 분들이 요식업을 많이 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게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또 그 생각이 사회에 이익이 되면 더 좋겠죠. 좋은 재료 쓰면서 좋은 음식 만들고 하면 아까 말씀드린 양송이처럼 좋은 재료 키우는 분들도 늘어날 수 있는 것처럼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저희 음식 드시고 행복하게 나갈 수 있는 가게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음식 드시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렇게 오래오래 남는 가게가 돼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분점도 내고, 다양한 형태의 일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는 베이커리를, 누구는 카페를 하면서 우리 생각이나 철학을 더욱 알리고, 큰 뜻을 이루듯이 성장하는 거죠. 그런 방식으로 우리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표님을 보면 하루하루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매 순간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시잖아요.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세요.
하하. 정작 옆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그렇게 못해요. (웃음) 살면서 그런 소리는 제3자한테나 들어봤고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그런 말 절대 안 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재미있잖아요. 우리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거니까. 하루하루가 재미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