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그곳은 7호선, 태릉입구 역, 6-4번 출입문 앞쯤 됐을텐데,
시간은 오후 7시 5분께였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집에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차던 때였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만 있었다.
6-2번 출입문 앞에 서서 여자를 지켜본다.
내 왼쪽 가슴에서 빨간 실이 돋아난다.
실은 자라고 자라 여자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실은 여자의 종아리를 휘감으며 올라간다.
허리를 칭칭 감싸기 시작한다.
팔, 어깨, 목, 머리,
이윽고 실은 여자의 왼쪽 가슴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