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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 Feb 21. 2019

#1. 아, 고부갈등이여

  과학이 이 처럼 발달하였으나 세상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다. 수많은 천재들이 아직 풀지 못한 수학난제도 그렇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나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귀신 이야기도 그렇다.


그러나 단군이래 한반도에서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는 바로 고부갈등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논쟁거리인 고부갈등은 도대체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인가.


그런 고부갈등의 피해자는 흔히 일반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수직적 관계를 생각할 때, 며느리로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 숨은, 아니 대놓고 난처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남편, 다른 이름으는 아들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고부간에도 아주 사소한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럴 때면 조용히 아내의 눈치를 본다.

눈치가 빨라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것은 결혼 3년 차부터 알게 된 사실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백일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손녀딸을 보러 우리 집에 방문 한 어머니가 아내에게.


이리 힘들게 하니, 둘째는 생각도 못하겠다야.


수면부족, 온몸의 근육통 등으로 예민할 만큼 예민해진 아내는 이 한마디에 꽂혀버렸다. 어머니가 가시고 나에게 그 이야기를 꺼낸다.


아니 벌써, 둘째 이야기를 꺼내시면 어떻게 해?


내가 흘려들은 그 이야기에, 아내는 한 동안 계속 머물러 있었다. 둘째를 가지란 말이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를 해봤자 지칠 만큼 지친 아내는 그러한 주제에 너무나 예민해져 있었다.


설득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그 후로도 어머니가 둘째 비스무리한 이야기라도 꺼낼까 봐 노심초사할 뿐.


그렇다고 내가 어머니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기에는 말할 내용이 없었다. 둘째를 가지라고 이야기하신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심 아내는, '더 이상 아이는 낳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해줬으면 했다. 그것이 며느리의 생각이 아니라 아들의 계획이고 생각인 것처럼 말이다.


명절에 부모님 댁에 방문한 김에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아이 하나만 잘 키울 거라고.


부모님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고 그냥 웃으며 넘어가셨으나 나는 느꼈다. 그것이 정말 너의 생각이냐라고 되묻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어머니와 나의 아내는 서로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이길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  아들이자 남편인 나는 알고 있다. 그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항상 치명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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