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바람을 가르는 자유를 느낀다.
오늘은 매일 함께인 '자전거' 그리고 '나'에 대해 말하고 싶다.
자전거와 함께라면 오전 3시든 오후 3시든 내가 원할 때, 몸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갈 수 있다. 허벅지에 자극을 주고 싶을 때는 기어를 높이거나 몸이 힘든 날에는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한 번도 같은 주행이 없다. 발의 속도, 기어비, 엉덩이를 들고 타는지 얼마나 페달에 힘을 주는지에 따라 역동적인 행위예술이 된다.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덥거나 추우면 어떻게 타요?”이다. 난 이렇게 대답한다. “여름이니까 덥고, 겨울이니 추운 게 당연하죠. 막상 타면 괜찮아요!” 땀은 나지만 그만큼 샤워를 할 때 더욱 상쾌하다. 겨울엔 추워도 5분 타다 보면 몸에서 열이 나 더워진다. 거기서 내 몸의 역동성을 느낀다. 신체 반응을 관찰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게 좋다.
괴롭다고 안 하겠다며 피하기보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운 것, 차가운 것 그대로. 항상 일상이 쾌적할 수는 없다. 편안한 자동차 속에만 나를 가두는 것은 재미가 없다. 홍수에 파괴된 자전거 길이 반갑진 않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가는 것은 갈등과 혼돈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도망치기보다는 부딪히고 싶다. 험난한 길을 지나가는 다른 방법을 찾으며 몰입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떻게든 내가 이겨내는구나.'라고 깨닫는다. 길도 가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강인한 내가 대견하다.
내 몸의 피와 근육들이 휘발유가 되어 자전거를 움직인다. 온몸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몸짓이 찬란하다. 오르막을 오를 때 허벅지에 단단한 감각, 꽉 쥐는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손의 압력으로 정신도 각성한다. 사력을 다해 오른 뒤 내리막길에선 시속 30km가 넘는 속도, 페달이 미끄러지듯 자연스레 돌아가는 감각이 짜릿하다. 자전거 바퀴와 바닥이 밀착한 일체감이 기분 좋다. 물길을 시원하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온몸에 활력이 가득함을 느낀다. ‘난 이렇게 생명력 가득하게 살아있구나’라는 황송함에 빠진다.
자전거를 타면 변화에 더 민감해진다. 어떤 보도블록을 가는지, 아스팔트인지 흙길인지에 따라 몸 전체에 닿는 느낌이 좌우된다. 모래가 쌓인 길에는 신발이나 옷에도 모래가 들어가 까끌까끌하다. 그 찝찝함과 불편함 마저 변화무쌍하다. 어느 하나 예측할 수 없고 매번 미묘하게 다른 길이 흥미롭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오늘도 같은 시간에 다른 옷을 입고 출근하러 걸어가는 사람. 그에 따른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 또한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다.
체력을 원동력 삼아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이 뿌듯하다. 버스나 차를 타고 가면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석유와 각종 고철 덩어리에 의존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면 나와 자전거만 있으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이 아름답다. 자전거를 잘 굴리기 위해 나에게 기름칠하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자전거는 버스나 다른 사람의 차에 의지하지 않고도 내가 독립적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갑자기 체인이 빠지거나 펑크가 나는 일도 있다. 이런 예상치 못한 고장조차 내 삶의 일부로 느껴진다. 고장나도 괜찮다. 자전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기에 바로 체인을 끼우고 금방 펑크도 메울 수 있다. 내가 직접 고칠 수 있는 자전거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아있다. 타인에게 내 삶을 맡기기보단 서툴러도 스스로 하는 과정이 흐뭇하다.
자전거를 타며 만나는 나무, 벌레 그리고 하늘을 보여 경외감을 느낀다. 다리 위에 한눈에 탁 뜨인 하늘, 바삐 지나가는 차, 물가에 앉아있는 새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이렇게 거대하고 하루도 같은 게 없는 역동적인 자연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 감동적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자전거를 탄다. 누군가는 유별나고 그렇게까지 하냐고 한다. 물론 먼 길을 갈 때는 차도 필요하지만, 나는 체력과 시간이 가능하면 자전거를 선택한다. 이게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으로 가는, 나를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페달을 밟으며 나만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