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하다.

by 느린토끼


“학원이 일찍 끝나는 날엔 친구랑 노래방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안 된대요.”

“엄마는 내가 책 읽는 애들이랑만 어울렸으면 좋대요.”



언제부턴가 많은 아이들이 상담실에 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다.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를 다 알며 통제하고 싶어 하고, 아이가 최상의 환경에서만 자라길 바란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딜 가나 못마땅한 사람과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피하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견딜 힘을 기르는 일이다.


대처 능력은 고난 속에서 길러진다. 아이들은 주변에서 다양한 난제를 만난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고집 피우고 떼쓰는 아이, 기분 나쁘면 삐져서 사라지는 아이, 내 뒷담을 하고 다니는 친구 등.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의 기회가 된다. 속상할 때 자기주장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 청하기 같은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잘 맞는 직장에 들어가려면 여러 번 불합격의 고비를 마시듯 아이들도 이런 과정 안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걸 찾아간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 학원, 심지어 집에서 밀도 높은 감시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미래 시대에 중요한 능력은 단연 창의성이다. 혁신은 여러 시도와 실패에서 나온다. 요즘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여러 눈을 통해 보고된다. 남들이 하는만큼 수학, 영어 학원에 다니며 새로운 도전은 하지 않는 상태로 안전한 선택만 하기 쉽다.


아이들은 부딪히며 몸으로 배우고, 사람들 속에 경험으로 익힌다. 가슴의 생채기도 무릎에 상처가 나는 것도 죽지 않는 한 감수할만하다. 너무 위험한 행동이거나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흥미로운 것은 종종 부모들은 현실의 자연스러운 위협에는 경계하면서 온라인, 휴대폰의 위험성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없으면 우리 아이만 소외된다’라며 최신 휴대전화기를 턱 하니 사주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아동 청소년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SNS를 통해 ‘팔로우, 좋아요’ 등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신체와 자신에 대해 과한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게임에 의존하며 현실에서 얻지 못한 소속감, 성취감을 얻으려 하며 심한 경우 마약·불법 도박 등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야할 것은 아이들이 온라인에 노출되며 불안, 우울,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갈등과 다툼은 대부분 아이가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며, 오히려 성장에 필요하다. 반복적이고 심각한 폭력이 아니라면 말이다. 온라인 세상의 범죄노출은 치명적이지만 현실에서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필요하다.

우리는 아이들은 나약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연이 그러하듯 누구에게나 회복력이 있다. 아이들의 수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격려하고 어른은 심각한 경우에만 개입하는 게 좋다. 아이들끼리 풀 수 있는 일임에도 부모가 법적 절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싸움과 갈등이 일상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생명력으로 평온을 되찾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들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다. 내 아이가 마음에 안드는 친구와 관계에서 상처를 받더라도, 뛰다 다리를 삐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음을 믿어주는 것이다. 자기 힘으로 성장할 기회를 줄 때 아이들은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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