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까운 온기를 나누며

by 느린토끼

김장하 선생을 취재한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고 여러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수입 대부분을 1,000명 넘는 장학생 지원하고 사회에 기부할 수 있을까? 선행이 알려지는 것도 극구 사양하며 보답을 바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며 책을 읽는 내내 감탄사를 뱉었다.


나라면 내 것을 남을 위해 쓸 수 있는가. 아니, 나한테도 쓰길 아끼고 차곡차곡 모으기에 바쁘다. 개인적인 이득을 바라지 않고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가. 아니, 저번에 생강청을 줬는데 상대한테 언제 보답이 돌아오는지 목 빠지게 기다린다, 그러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속이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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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사소한 장면이 떠올랐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지갑이 없어 발만 동동거리던 중, 요금을 건네던 손. 아파트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먼저 인사해준 사람의 미소. 처음 입사했을 때 서툴러 질문이 많은 내

게 친절히 설명해주던 대리의 따뜻한 음성. 나도 그런 손과 미소 같은 때가 있다. 세탁기를 옮기는 걸 끙끙대던 사람을 도왔던 손, 바닥에 장갑 한쪽을 떨어뜨렸다고 알려주며 건넨 미소.



작은 친절이 숨 쉬듯 우리 곁에 살아있다. 현금다발을 내놓고 경제적으로 후원해야 하는 건 친절이 가진 하나의 얼굴이다. “고생 많았어.” 따뜻한 표정이나 사람을 인정해주는 말, 바꾸려 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시선, 시간을 내어 함께 해주고 도와주는 손길. 그 모든 것이 베푸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아왔는지를 떠올리면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손을 뻗을 수 있는 만큼 어루만진다. 평소 응원하던 단체인 ‘모두의 결혼’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만 후원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용돈도 쥐여준다. 최근 알던 지인이 면접 준비를 하는 데 도와달라 하니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지인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서 어떻게 보답하죠?”라고 묻는다. “저한테 갚을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이 비슷한 상황일 때 그때 도와주시면 되죠.”라고 난 대답한다. 꼭 준 만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나도 많은 온기와 배려 속에서 자라 이만큼 잘 자랐다. 내 덕분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 자체로 기쁘고 충분한 일이다. 오늘도 상대가 꼭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목인사를 한다. 누군가를 내 입맛대로 이래라저래라하기보단 기다려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닿는 만큼 그렇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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