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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나무 Sep 19. 2022

나무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린다.  태풍 앞 저  나무  아무렇지도 않다.  흔들리고 흔들려도 거침이 없다.  두려움도  없다.  훌라후프 돌리는 아이의 허리보다 유연하게  개업하는 고깃집 앞 고무풍선보다  더 가볍게 흔들린다.


바람 그치면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제 몸의 일부 나뭇잎  몇 개  툭 떨어트릴 뿐이다. 바람만큼  가볍게  바람보다 빠르게 흔들린다.


바람 앞에서 의연하게 버티는 나는  흔들리는  나무 앞에 숨이 막힌다.  어지러움이 인다. 나무의 의연함에 감탄하고 나무의 탄력성에 감동한다.


삶의   뿌리가 깊지 못해서,  삶의 의욕이 풍부하지 못해서  스치는 바람에도  주체하지   못하고 생채기를 내며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잘도 감추며 바람 앞에 버티는 나는,  바람에도 부끄러움 없이 흔들리는   당당하고  의연한  나무를  보며 버티며 바람을 맞는다

.

부럽다.  흔들리는 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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