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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X KBO] 크보빵이 왜 그렇게 인기야?

ep.4 야구팬을 움직이는 굿즈마케팅

by 야케터 엘자


KBO 마케팅이 굉장히 활발하다.

이전에도 구단 마스코트가 그려진 홈런볼을 야구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KBO와 SPC 삼립은 이번에 9개 구단(롯데는 롯데제과가 있어서 제외되었다)을 내세운 빵을 출시했다. 기사에 의하면, SPC 삼립은 3일 만에 KBO 100만 봉을 판매했다고 한다. 이는 삼립이 출시한 신제품 중 역대 최단기간에 100만 봉을 돌파했다(서울경제 25.04.23).


그렇다면 무엇이 야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단편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구단별 특징을 살린 빵 컨셉이 팬들 마음에 쏙 든다. 예를 들어 두산 베어스 빵은 마스코트인 곰을 살려 곰 발바닥 모양 꿀빵을 만들었다. 한화 이글스 빵은 구단의 주요 색상인 주황색을 살려 투움바 브레드를 만들었다. 우리 팀의 특징을 이렇게나 잘 살려서 만들었는데 찐 팬이라면 안 살 수가 없다!




두 번째, 띠부띠부씰은 못 참는다. 한창 포 X몬스터 빵을 사 먹은 8090년 출생 친구들이라면 이 재미를 모를 수가 없다. 투명 파일 한 면을 가득 매웠던 띠부씰은 내 팬심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자부심이다). 선수와 마스코트 띠부씰 215개가 랜덤으로 들어있는데, 그러다 보니 엘지 트윈스 빵을 산다고 엘지 선수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띠부씰을 얻기 위해 그 구단 빵을 사 먹지 않아도 된다.


(*히어로즈 빵은 아직 찾지 못했다)


TMI로는 이 띠부씰이 랜덤으로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나 이적한 선수가 발견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담당자가 야잘알이기 때문이라는 썰이 있다.

(*이미지는 야구 커뮤니티 인스타에서 가져왔다)





크보빵 출시는 마치 팬들을 위한 굿즈 같은 느낌이다. 어떤 마케팅 요소가 소비자의 심리를 건드리는 걸까?


첫째, 이는 고유성과 희소성을 부여하였다.

특정 편의점(GS, CU)에서 판매한다. 인터넷에서 클릭하여 구매할 수도 있지만, 직접 발품 팔아 찾아낸 크보빵은 더욱 값지다. 크보빵을 SNS에 업로드하면, 어느 지점에서 구할 수 있는지 팬들끼리 소통하기도 한다. 빵 종류가 10개나 되기 때문에 모두 구하려면 꽤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야 한다(경험담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빵에서 팀의 선수 띠부씰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 팀 빵을 구매해도 된다는 명목(?)도 생긴다. 마치 드래곤볼을 모으는 것과 같이 다 모아진 빵을 보면 괜히 흐뭇하다.


둘째, 팬들의 감성적인 연결을 만들어냈다.

응원하는 팀의 특징을 잘 파악한 점이 가장 크게 팬들의 마음을 관통했을 것이다. 그저 돈 벌기 위해 짜잔-하고 내놓은 제품은 아니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굿즈와 같기 때문에, 감정적인 만족을 경험하고 브랜드와 더 깊은 정서적 연결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식이 필요한 시점에 야구팬들은 (랜덤 띠부씰을 갖기 위해서 뿐 아니라) 많은 선택지 중 굳이 크보빵을 고를 확률이 높다.


셋째, 소비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콘텐츠를 확산시켰다.

어떤 빵이 더 맛있는지, 내 빵에서는 어떤 선수가 나왔는지, 이 선수랑 저 선수랑 교환할 생각이 있는지 등등 다양한 크보빵 이야기를 SNS에서 보게 된다. 최근에는 인스타뿐 아니라, 스레드와 X(트위터)에서도 이 이야기로 시끄럽다. 계속해서 보게 되면 나도 먹어보고 싶은 빵이 생기고, 내 빵에서는 어떤 띠부씰이 나올지 기대하게 된다. 결국 크보빵을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사게 되는 것이다.


넷째, 가격이 저렴하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가격 선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통 브랜드 협업으로 이루어진 굿즈의 경우에는 가치 상승으로 인해 소폭이라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야구팬의 경우, 10대부터 6070대까지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한 특수한 경우이다. 모든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책정된 빵의 가격은 무려 1,900원이다. 요즘 어디에서 천 원대의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을까! 혜자가 따로 없다.






이러한 협업 굿즈(빵을 굿즈로 표현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의 성공 지표는 매출뿐 아니라 인지도와 충성심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SPC 삼립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 지표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지 않은가.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삼립 마케팅 감다살이다 ‘, ’ 야구팬을 노리다니 일 잘한다 ‘ 소리가 들리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더욱 구매 욕구를 표출하고, 그 구매 경험이 긍정적일 경우 브랜드에 대한 애정까지 이어진다. 너무 많은 굿즈가 생겨날 경우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야구팬들의 화력이 어마어마한 현시점에서 크보빵의 가치가 저하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야케터‘s 말풍선 “풀카운트“

야구 say : 볼 3개 스트라이크 2개인 상황으로 매우 결정적인 시점이다. 마지막 공 하나가 볼이라면 볼넷으로 출루, 아웃이라면 삼진 아웃인 위기의 순간.

마케팅 say : 결정적인 순간, 갈림길에 놓인 상황을 표현할 때.
“신제품 론칭을 앞두고 풀카운트다, 리브랜딩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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