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야구야? 예능이야? “둘 다야!”
최근 유튜버 유병재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이 야구팬 커뮤니티를 술렁이게 했고 조회수가 폭발했다. 제목은 <소리 내면 안 되는 야구중계>.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웃으면 안 되는 생일파티>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최근 야구의 인기가 어마어마해서인지 콘셉트는 그대로지만 주제를 바꾼 새로운 콘텐츠이다. 이 시리즈의 1회는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을 각각 초대하여 함께 경기 관람을 한다. 관람 중 소리 내는 순간마다 벌점을 부여하는 룰 아래 야구를 관람한다.
야구는 이제 ‘경기’가 아니라 ‘소재’가 된다
전통적으로 야구 콘텐츠는 경기 하이라이트, 선수 인터뷰, 응원단 퍼포먼스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형식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야구대표자>, <찐팬구역>과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다.
이 프로그램들은 최근 팬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기획한 ‘팬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야구대표자> 프로그램은 KBO 10개 구단의 대표 팬들이 모여 각자의 구단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토론을 펼친다. 팬들의 다양한 시각과 열정을 보여주며, 야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 <찐팬구역>은 한화 이글스의 열정팬인 차태현, 인교진, 김태균 등이 출연하여 한화 이글스 경기를 보며 팬심을 풀어내는 예능 콘텐츠다. 24년 진행했던 프로그램인데, 25년 한화 성적이 좋다 보니 지금 시점에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 스포츠 중계를 넘어, 팬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든 콘텐츠들이다. 야구를 더욱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팬들 시점에서의 애정 어린 리액션과 다양한 반응, 그리고 팬심까지 모두 친근하게 느낄 수 있어 긍정적이다.
팬 콘텐츠가 주인공이 되는 시대
TV 프로그램 외 유튜브에서도 이러한 야구팬 중심의 콘텐츠가 다양해졌다. 침착맨, 곽튜브, 얼미부부 등의 유명 유튜버들도 팬 시점에서의 야구 관련 콘텐츠를 제작했다. 인트로에서 언급한 유병재의 경우 유명 가수, 선수, 유명 팬 등 다양한 사람들을 섭외했지만 결국에 그들은 하나의 ‘팬’으로서 소통한다. 응원가를 위해 틀어막는 롯데 팬, 타자 등장음에 자동으로 춤추는 키움 팬.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리액션이 오히려 팬들에게는 더욱 친근하면서도 재미있다.
팬을 웃기는 자, 야구를 지배한다
야구가 변하면서 콘텐츠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 구단이 만든 콘텐츠보다 팬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이 더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SNS가 활발해지면서 각 구단마다 유명한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추신영, 기아 타이거즈의 김세륙, SSG 랜더스의 이짜쓱, 히어로즈의 응원좌 등 이제는 일반 팬들도 모두 알만한 유명 팬들이 팬덤을 생성하기도 한다. 심지어 LG팬이자 유튜버인 문상훈은 본인 브랜드 BDNS와 LG twins의 콜라보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단순히 “팬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팬이 곧 콘텐츠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팬은 콘텐츠의 ‘공급자’가 되었다 : 과거 소비자였던 팬들이 직접 직관 브이로그, 응원짤, 인스타툰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UCG)가 되었고 이 콘텐츠들이 바이럴의 핵심이 된다.
팬 중심 콘텐츠는 신뢰와 몰입을 만든다 : 선수/구단 콘텐츠는 공식적이기 때문에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팬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더 인간적이고 ‘나랑 같은 입장’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팬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 팬 브이로그/응원 콘텐츠 등에 브랜드 협찬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연스러운 PPL 뿐 아니라 팬들의 긍정적인 감정이 베이스로 깔려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일 때도 만하다.
팬덤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킨다 : 팬의 영상이 다른 팬의 댓글을 부르고, 밈이 팀 전체의 밈이 되고, 응원이 커뮤니티 문화로 정착되기도 한다.
팬 중심 콘텐츠는 야구 마케팅의 미래이기도 하다. 팬이 콘텐츠를 만들고, 전파하고, 소비까지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유명 팬을 알아보고 팔로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팬 콘텐츠는 마케팅 자산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