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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16.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14. 중환자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여기 황명순 할머니 병문안 왔는데요”

“황명순이요? 잠시만요.”     


간호사는 빠르게 할머니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이내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황명순 할머니 어제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가셨네요...”

“네???”   

  

도나는 본인의 두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중환자실이요?”

“네...”     


간호사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나는 확인받고 싶지 않은 답을 확실히 알아들은 본인의 귀가 야속하기만 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헛되게 느껴졌다. 본인이 그동안 할머니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돈 벌러 갔었는데 돈도 못 벌고 할머니의 곁에서 병간호도 못해 드렸다는 마음에 속상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도나는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하러 한순간이라도 빨리 가야했지만, 두려웠다.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신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도나는 도저히 혼자서는 할머니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급하게 진주에게 전화했다. 전화기를 든 손은 사시나무 떨 듯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여보세요?”

“진주야...흐어엉엉.”

“무슨일이야 왜 그래? 왜 울어?”


진주는 펑펑 우는 도나의 목소리에 놀라 다급하게 물었다.


“할머니가...흐어어엉 중환자실에 계신대....흐어어엉.”

“뭐라고? 진짜야? 아니 너 지금 어디야 내가 바로 갈게.”

“나 지금 영세병원에 있어.”

“금방 갈테니까 꼼짝말고 기다려!! 알겠지?”     


진주는 급하게 옷을 챙겨 나와서 바로 택시를 잡았다. 할머니의 소식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도나가 걱정이 되어 달리는 택시 안에서 급하게 옷을 기사님에게 급한 일이 있으니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진주는 15 정도 가는 시간 동안 초조함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택시가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뛰어내릴 자세로 준비하고 있었다. 진주는 “도나야, 괜찮을 거야,  괞찮을거야하면서 혼잣말로 도나를 위로했다.

         

“도나야!!”


진주는 병원에 도착해서 바로 도나부터 찾았다. 도나는 힘없이 병원 한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있고 목소리도 이미 갈라져 있었다. 도나는 어렵게 벽을 짚으며 일어났다. 그런 도나의 모습에 진주는 재빨리 뛰어가 도나를 부추겨주었다.  

    

“일단 저기 의자에 좀 앉자.”


진주는 도나를 옆에서 부추겨 병원 복도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도나는 의자에 앉아서도 한참을 정신 못차렸다. 진주는 옆에서 가만히 도나의 손을 잡으며 본인이 옆에 같이 있어 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도나는 알겠다며 고개만 끄덕일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컸는지 계속해서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진주는 도나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고 이제 할머니 만나러 가자고 했다. 도나는 아직 할머니 모습을 볼 준비가 안 됐다며 조금만 더 있다 가자고 했다.      


“나 그냥 그때 할머니 아프다는 소식 들었을 때 갔어야 했나 봐.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실 줄 알았더라면...”

“아니야. 넌 할머니 조금이라도 괜찮으실 때 병원비 마련해보려고 그런 거잖아. 너무 자책하지마. 할머니도 다 이해하실 거야. 그리고 누구보다 지금 너를 보고싶어 하실걸? 내가 봤을 땐 지금 할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건 너야”

“그럴까?”

“당연하지. 원래 사람이 병원에 있으면 없던 외로움도 생기고 사람이 제일 보고싶은 거야. 내가 병원에 있어 봤잖아? 경험자인 내 말을 믿고 이제 얼른 할머니 보러 가자.”

“그래. 진주야 근데 할머니가 나를 못 알아보시진 않겠지?”  

"그럼. 당연하지! 너 드라마 너무 많이 봣어. 걱정하지 말고 우선 할머니부터 만나자."

"그래. 그러자."   


도나는 병원으로 가는 동안 무섭고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속으로 이런 생각했다.

 

“이 떨림이 할머니가 건강해져서 여행 함께 갈 때 떨림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생전 손녀딸 키우신다고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우리 할머니.”


도나는 할머니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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