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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Sep 11. 2023

자살기도

누군가는 불효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너무 연약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죽고 싶을 만큼 간절하게 인생을 살고 싶었던 적이 있냐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눈칫밥을 많이 먹으며 자랐어요. 친척들 집을 전전긍긍하며 친척들의 눈치를 살피며 사는 것이 저에겐 일상이었죠. 그래도 그때는 불행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저 조금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렇게 눈칫밥을 먹으며 생활하던 중 약 10년 전에 행방불명됐던 엄마를 중국에서 만날 수 있었어요. 오랜만의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면서도 왠지 모를 서먹함이 더 컸어요. 아마도 어렸을 적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에겐 또 다른 가족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행복하고 서먹함의 시간도 잠시, 엄마는 북한으로 다시 북송되고 저는 중국에 홀로 남게 되었어요. 엄마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국적도 없는 청소년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새아빠 집에서 지내는 것은 지옥 그 자체였거든요. 하루하루가 숨통을 조이는 고통이었죠. 새아빠가 야간에 일하러 나가면 집에는 나와 핏줄이 다른 여동생이 함께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이 기웃거렸고, 나중에는 엄마를 살려보겠다고 새아빠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새아빠와의 갈등까지 생기며 저는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더 사라졌어요. 살려고 몸부림치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저에게 세상은 너무 차갑고 두려웠거든요. 새아빠와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골이 깊어졌고, 그 결과 새아빠는 저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결국, 저는 지옥 같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마지막 동아줄처럼 잡고 있던 정신줄마저 놓아버리고 말아요.  


차들이 쌩쌩 내달리는 도로에 뛰어들려고 했던 순간, 죽음에 대한 어떠한 두려움도 없었어요. 그저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모순적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누군가 날 구하러 와줬으면 바람도 있었어요. 저는 달려오는 차를 향해 도로에 몸을 던졌어요. 그 순간 누군가 저를 확 끌어당겼어요. 저는 비명을 지르며 제발 놔달라고 소리쳤지만, 나를 향해 달려오던 그 차는 이미 가버렸고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요. 저는 한참을 소리 없이 엉엉 울었어요. 당시 저를 살려준 사람은 중국에서 같은 동네에 살던 언니였어요. 언니는 목욕탕에 갔다 오는 길에 저를 발견하고 살려준 것이었어요. 시궁창 같은 현실 속 내 삶이 지긋지긋해서 못된 마음을 먹었지만, 사실은 당시 그 방법 말고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언니는 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저를 다독여줬어요. 


돌이켜 보면 사실은 너무 간절하게 살고 싶었던 것이었어요. 그저 당시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절망적인 현실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선택했던 거였어요. 지금 누군가 과거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겠지만, 그전에 당신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보라고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명 그렇게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냐고요.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창창한데 제발 한 번만 더 용기 내달라고요. 연약하다는 생각도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요. 그저 당신에겐 누군가의 따스한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것뿐이라고요. 그리고 당신 또한 당신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임을 기억해요. 당신의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삶의 희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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