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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Sep 18. 2023

내 마음의 안식처

제가 고향(북한)을 떠나온 지도 벌써 10년도 훌쩍 지났어요. 그동안 기쁜 일 힘든 일도 참 많았어요. 몇 년만 더 있으면 고향에서 산 날보다 이곳에서 산 날이 그리고 살아갈 날이 훨씬 많아요. 고향을 떠나오기 전까지는 고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몰랐어요. 어쩌면 가볼 수 없어 향수병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고향은 제게 참 많은 추억을 준 곳이더라고요. 친구와의 추억, 가족과의 추억, 고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와 정취 그리고 음식까지 저의 유년 시절의 추억은 모두 고향에 있더라고요. 고향이 그립고 가보고 싶은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더라고요. 그리고 이곳에서 가질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학창시절을 함께 한 친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정착하는 과정에서 우울증도 겪고 대인기피증까지 겪게 되었어요. 목숨 걸고 사선을 넘어왔지만, 정착과정에 힘들어서 자살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그와 반대로 아주 잘 정착하신 분들도 많고요. 어떤 일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인생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은 스스로 이겨내야만 해요. 저와 같은 새터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죠. 요즘 들어 북한 관련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보면서 저런 말, 내용도 있었나? 하며 낯설어하는 저를 보며 고향을 떠나온 시간을 실감해요. 분명 어렸을 적 사용했던 말이고 경험했던 문화인데 어느덧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향에서의 저의 추억들도 함께 잊혀 져 가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가끔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고향에 있을 때보다 이곳에서 사는 게 더 좋지 않냐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늘 이렇게 대답해요.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고요. 그 이유는 여기서는 제가 노력한 만큼 얻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반대로 그만큼 남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이 있고, 무엇보다 고향이 그립고 가족 친구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이 제가 감내해야 하는 문제죠. 그래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냥 행복하다고 만은 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추억할 수 있는 고향과 그리워할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며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가요.

     

고향이란, 존재만으로도 쉼터가 되고 내가 잊고 지냈던 기억도 되돌려주는 추억의 장소인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고향을 찾으면 고향의 정취와 추억 가득한 음식으로 힘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해요. 학창시절 소중했던 친구들과의 추억, 때로는 서로 오해하고 미워했지만 그래도 늘 함께였던 가족과 친척들과의 추억은 이젠 그저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저의 마음속에 남았어요. 언젠가는 저의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 청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면 참 좋겠지만, 이것 또한 저의 바람이고 욕심이겠죠? 그저 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게 저의 가장 큰 소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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