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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Jul 13. 2020

위선자를 위한 믿음

드러나는 것에만 열광하지 말자

내 친구 A는 드러나는 것을 아주 중요시한다. 겉보기에 점잖고 다정하고 예의있는 사람이면 무조건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버린다. 뒤에서 모순적인 행동을 하거나 뒤통수를 깐 일이 밝혀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놓고 무례한 사람보다는 낫다고 한다.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보이는대로 믿으며 믿고 싶은대로 보려고 노력한다.


사람을 보는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친한 친구라고 해도 내 생각은 다르다. 밥맛없는 것은 둘 다 같을 뿐 뭐가 더 낫다고는 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이다. 대놓고 무례한 사람은 그 사람을 평가할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이, 기대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이 바로 걸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들의 행동이 당장은 기분 나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며 타인을 기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 가식을 싫어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선한 얼굴로 내로남불에 음흉한 사람이 퉁명스런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내 생각이 정답도 아니고 내 생각과 비슷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현과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며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도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이 위선이든 뭐든 사람 속은 우리가 알 바 아니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인간관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상대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게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달콤한 언행으로 자신을 믿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꽤 많이 존재한다. 사기꾼과 다를 바없다. 그 배신감에 대한 분노는 처음부터 싫어하던 사람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문득, 부서원 모두가 싫어하던 그 부서장이 생각난다. 부드러운 말씨로 앞에서는 세상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면서 부하 직원 권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 처음에는 다들 좋다고 엎어졌었지만 실체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밝혀졌다. 좋다는 사람이 알고보면 안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안 좋다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상대는 내가 정의내린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어도 아닌 사람은 아닌 것이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평가는 그 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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