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정답이 어딨으라
나는 호불호가 분명하다. 내 입에서 싫은 소리가 나올만한 사람이라면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속 시끄러운 관계는 쿨(?)하게 정리하는 편이다. 난 참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을 쭉 해오다가 갑자기 나는 나약한 인간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생겼다. 산과 바다가 크고 작은 돌과 깨끗하고 더러운 물을 다 품듯이 강한 사람은 산이나 바다처럼 싫은 사람이라도 다 보듬어 살아가기 마련일텐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관계를 무 자르듯 잘라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노력했다. 더 친절하고 더 온화하고 더 예의있게 행동했고 더 유쾌하고 더 즐겁게 해주면서 사람들의 좋은 점만 보려 노력했다. 싫어도 티를 내지 않았으며 경쟁구도에 있는 어느 편에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결론이 나왔다. 그냥 내 식대로 살자는 것. 아닌 사람은 결국 아니란 것.
괴테의 명언 중에는 맛없는 와인을 마시기에는 인생이 짧다는 문장이 있다.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 좋아하지도 않고 맞지도 않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인내를 배우기에는 내 청춘이 아깝다. 그런 노력을 쏟는 시간에 나 자신과 나를 좋아해주고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고 얕은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은 그런 취향대로,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은 또 그런 사람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주위에는 넓은 인맥을 자랑하면서 그 이면에 사정없이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불만스러움에도 그들과 연락을 유지하거나 계속 끄달려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인연은 소중해서 함부로 끊으면 안된다면서도 주구장창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그렇게 투덜대는 시간은 결코 행복할 수가 않다. 만나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내 소중한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이유는 없어보인다.
좋은 인연은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머무르게 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속이며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는 것이 마치 대인배의 소양인양 인식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지 못하다고 나약한 인간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태어난 모양대로 산다. 그렇기에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획일적인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든 관계는 적어도 나에게만은 정답이 될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니까 말이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나는 애쓰지 않는다 -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