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만 살아남는다
한 학교에서 갑자기 전염성 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안과에서도 처음 보는 눈병이라 전교생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눈병에 걸린 사람은 모두 시력이 약해졌다. 희귀 질환이라 모두 겁을 먹었지만 열흘이 지나고는 조금씩 호전되는 병이었다. 눈이 원래 좋지 않은 학생 두 명은 시력을 잃기도 했다.
마침 이웃마을 병원에서 서둘러 예방주사를 개발했다. 한 학부모가 예방주사는 다년간의 검증을 거쳐서 맞아야 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학교 측은 그렇게 의심되면 전학을 가라고 했다. 선생님들 또한 모두가 이 주사를 2차까지 맞아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런데 스무명이 넘는 학생들이 주사를 맞고 죽었고 백여명의 학생들이 부작용으로 고생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선생님들은 주사를 맞지 않았다. 학생들은 두려웠다. 그 병은 시력이 나빠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낫게 되는데 괜히 주사를 맞아서 더 큰 병을 얻을까봐 조마조마했다. 이걸 맞으면 분명 안걸린다고 했는데 맞고도 전염된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은 이번엔 말을 바꿔서 주사를 맞고 전염되면 실명할 정도로 가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켰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각 학년의 반장들은 계속 푸시를 했다. 우린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말을 안듣고 겁쟁이처럼 구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들의 SNS에는 그것이 벼슬인양 접종을 완료했다고 자랑하는 글과 말 안듣는 학생들로 학교질서가 무너진다는 비판으로 가득찼다. 그래도 안 맞으려는 학생들이 있자 학교에서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주사를 다 안 맞은 학생은 양호실에도 갈 수 없고 체육 수업에도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 참가를 하려면 이틀 전부터 눈을 찌르는 아프고 비싼 검사를 받아 음성이라는 증명서를 받아야했다. 공차기를 좋아하는 학생은 1차만 맞고 대머리가 되었는데 2차를 못맞아서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없었다. 주사를 맞고 체육 수업에 참가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전염이 된 사례가 종종 생겨났다.
주사 맞은 친구들은 안 맞은 친구들을 더럽다고 피해다녔다. 주사 맞아서 자기들은 안 걸린다고 하면서도 너희들이 눈병을 옮기고 다녀서 무섭다고 놀려댔다. 한 친구가 참다 못해 물었다. 너희 논리라면, 주사를 맞았으면 너희가 이익이고 안심해도 될텐데 왜 굳이 다 맞아야 한다고 우릴 욕을 하고 다녀? 그랬더니 주사 맞은 친구가 대답했다.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 질서를 위해 맞은거야. 모두가 맞아야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너희는 너무 이기적이지 않냐? 친구가 다시 받아쳤다.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어. 부작용이 나에게 해당 안되리란 법은 없잖아. 넌 헌법의 인권도 모르니? 이건 명백히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너는 학교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주의구나. 여기가 북한이야?
며칠 뒤 학교에 공고문이 붙었다. 이 주사는 효과가 6개월 밖에 안가서 주기적으로 맞아야한다는 내용이었다. 2차까지 다 맞은 학생들은 다시 겁이 났다. 늘 자기가 부작용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들에게 그렇게 주사를 권유하던 3학년 반장이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 친구가 갑자기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 친구는 2차 접종 두 달만에 급성발작으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 안 나오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결국 그 학교는 폐교를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