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괜찮아
이십대 중반의 일이었다. 몇 년 만에 길에서 마주한 친구를 보고 나는 큰소리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 친구는 당황해했고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이 지나고 여러 걸음을 걸었을 때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가 안 좋았던 사이라는 것을 완전 까먹었던 것이었다. 나는 변했고 그 친구는 그 때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는 알고 있고 기억하는 것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새 삶을 펼치려는데 과거가 종종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기억은 미움이나 애착을 부른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생각때문에 현재의 감정까지 들쑥날쑥 널뛰게 된다. 간혹 좋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중독이 되는 것도 쾌락에 대한 기억때문이듯 좋은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더 집착이 생기고 현재가 더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한다, 나를 찾아야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것은 나를 누구라고 정의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환경이 변하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이다.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라는 소리를 할 필요없이 매순간 가장 적합한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 나란 사람이 된다. 무뚝뚝하다가도 애교 넘칠 때도 있고 칠락팔락거리다가도 진중할 때도 있는 것이다. 원래라는 것은 없다.
기억이 상실되더라도 겁먹지마시라. 하얀 도화지에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우리를 괴롭히던 기억이 사라졌으니 더 자유롭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면 된다. 그저 매일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아 모르겠고 나는 오늘 마 이래 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