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은 항상 좋은 것인가

근기와 그릇

by Norah

젊을 때는 고생도 사서하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들 한다. 음식도 이것 저것 먹어봐야 뭐가 내 입에 맞는지 어떤게 맛없는지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 이유도 타인의 인생과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항상 좋은 것을 안겨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근기와 그릇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란 없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들 돼지는 감사하지도 기뻐하지도 않는다. 같은 책을 읽고도 누구는 민주주의를 꿈꾸고 누구는 공산주의를 갈망한다. 잘못을 저질러도 누구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누구는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구는 자기 성찰과 발전의 발판으로 삼는가하면 누군가는 그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남탓을 하거나 고통을 당연시 여긴다.


누가 봐도 나쁜 경험을 겪었더라도 자신의 배움에 기회로 삼는 사람과 별 일도 아닌데 큰 시련으로 여겨 타인의 동정심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의 차이는 근기와 그릇이다. 이유식을 먹여야 할 아기에게 김밥을 들이밀면 안되듯이 사람마다 겪어야 할 경험에도 단계와 순서가 있다.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라는 말은 근기가 낮고 그릇이 작은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도전할수록 지혜보다 투정을 더 많이 부릴 것이며 약간만 실패해도 불행에 깊게 매몰되어 자기 연민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권유와 첨언과 충고와 조언도 누울 자리 봐가며, 사람을 봐가며 해야한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없다면 아무리 깨지고 부서져도 또 다시 그 고난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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