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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Aug 28. 2023

조짐을 무시하면 인생 조진다

하인리히의 법칙

일찍부터 차를 몰고 다닌 나는 스피드에 미친 인간이었다. 속도 위반은 물론이고 좁은 골목에서도 곡예운전을 했으며 최고 속력을 찍었다고 기뻐했던 개또라이였다. 자잘한 사고는 몇 번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러다 두 번의 굵직한 사고가 났다. 둘 다 엄청난 행운으로 다친 곳은 없었지만 뭔가 모르는 쎄함이 느껴졌다. 개떡같은 운전 습관에 대해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기회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도 또 그러면 끝을 내주겠다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나는 노인 운전을 한다. 뒷차 다 보내주고 옆차 다 끼워주고 딱 규정 속도대로만 달린다.​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참 많다.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해도 괜찮겠지 하고 계속 술마시다가 암에 걸리고, 밤마다 눈물나는데 일시적인 감정이겠지 하며 방치하다가 정신병원에 가게 되고, 배우자가 난폭해도 설마 때리겠어 하다가 맞아서 입원하고, 아들의 일탈을 장난이겠지 하다가 경찰서까지 가게 되고, 그 친구는 그럴 애가 아니라고 하다가 배신당하는 사람. 인생이 골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짐을 별 것 아닌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우리에게 여러 번의 경고와 기회를 주는데 그걸 못 알아차리고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면 굳이 안 겪어도 될 일까지 감수해야 한다. 사소한 것이 알고보면 사소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하인리히의 법칙대로 큰 사건 하나가 있기까지는 그 앞에 수많은 경미한 일들이 발생되고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엔 반드시 조짐이나 징조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뭔지 모르더라도 감이든 촉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은 그 시그널을 받게 된다. 위험이 감지가 되었음에도 굳이 외면을 하고 싶다면 추후 겪을 고통에 군소리해서는 안된다. 모두 자기 책임이다. 사람은 늘 깨어있어야 조짐이 보이고 조짐이 보이면 몸을 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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