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랑을 좀 하자면 나는 복잡하고 많은 일을 심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특별한 방법이랄 것도 없다. 그저 핵심과 목적만 제대로 파악하면 된다. 그래서 일이 빠른 편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을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의미없는 일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위해 삽질을 해댄다. 그 일을 시키는 자 역시 "해라는데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말을 내뱉는다. 회의도 마찬가지이다. 주제를 벗어난 대화가 항상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 많은 임원 중 한 분은 "이렇게만 해놓으면 너무 없어보이지 않아?"라는 말을 참 자주 쓰신다. 그런데 그 분은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의견을 내놓은 적이 없다. 늘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에만 집착을 하신다. 그리고 이런 직원도 있다. 낮에 실컷 커피마시고 담배피고 일이 많다고 궁시렁대다가 밤 늦게까지 집에도 안 가고 일을 질질 끈다. 그래서 연장수당도 두둑히 챙겨받는다. 퇴근시간에 따라 성실도와 충성도를 체크하는 고리타분한 상사는 그 직원 일 열심히 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한번씩 강의를 들을 때 역시 중단하고 밖으로 나오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말만 많고 주제는 없는 연설, 시종 일관 자기 자랑, 누구나 예상 가능한 진부한 설교를 하는 강사들이 판을 친다. 강의란 혼자 떠들고 마는 잡담이 아니다. 청자 위주의 이야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신하고 유익한 내용보다는 강사의 성공여부와 스피치 스킬이 더 중시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소위 이빨만 잘 깐다고 대단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간결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한 시간, 노력, 돈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 효율이 곧 간결함을 뜻한다. 간결함은 무미건조도 아니고 무성의도 아니며 불충분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짧지만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 이 간결함은 행위의 근간이 되는 목적이 있을 때만 존재한다. 물론 형식과 포장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들은 컨텐츠보다 절대 우위에 설 수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필요한 일들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간다. 형식치레, 예의치레는 어딜 가나 꼭 있게 마련이다. 짐으로 빽빽하게 차 있는 집보다 가구는 별로 없지만 여백이 있는 집이 더 아름답다. 너저분한 기억들로 꽉꽉 채워진 어지러운 머릿속보다 잘 정돈된 심플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더 즐겁다. 간결하지 못한 사람은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다. 간결하지 못하다는 것은 혼돈이고 뒤섞임이다. 간결하다는 것은 가벼움이자 산뜻함이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굳이 불필요한 것들을 끄집고 갖고 갈 이유는 없어보인다.
만약 네가 그것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너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