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뺑뺑하이 굴지마라
술을 끊고 18시간 단식을 한지 1년이 다 돼간다. 그 덕에 최저 몸무게를 찍고 맑은 정신으로 살고 있는데, 이제는 내 몸에 이롭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고, 한 끼도 대충 먹지 않는다. 간혹 사람들을 만날 때가 불편하긴 해도 양해를 구하고 지키고 있다. 몇몇은 그게 어떻게 바로 가능하냐고 묻는데, 그건 원없이 마시고 먹어봐서 더이상 아쉬울게 없기 때문이다. 실컷 해보면 미련이 없게 된다. 그래서 마음 먹으면 단박에 할 수 있다.
일찍 자녀가 생긴 친구는 젊을 때 제대로 못놀아봤다며 발악 중이다. 이제서야 바깥을 나와 골프를 시작하고 온갖 모임에 참석하며 술도 마시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 못 놀았던 댓가를 받아야 한다고 고삐를 풀어헤친다. 그 반대로, 결혼 전 온갖 짓을 다 해봤던 사람이 가정에 충실한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지버릇 개 못준다고 계속 그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갈 때까지 가 본 사람은 흥미와 호기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어떤 것이든 하얗게 불태우면 아쉬움이 생기지 않는다. 술도 피까지 토할 정도로 마시고, 여행도 징그럽게 많이 다니고, 관심사가 생기면 잠을 안자고 파보고, 열이 끓는데도 공부하고, 논다고 학점 개판치고 교수님도 찾아가본 사람은, 술, 여행, 취미, 공부, 노는 것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다. 이제 그런 것들은 간절히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하게 되면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 했다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질척거리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배움도, 사랑도, 운동도, 효도도 어설프게 한 사람이 나중에 한탄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 버스 놓치고 땅 치며 후회말고 이왕 하는 것은 할 수 있을 때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후회 잘 하는 사람이 계속 후회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순간의 감정에만 충실해서 그 일에 몰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몰입을 하면 행복하고 행복하면 그 자체로 이미 다 얻은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일이든 영혼을 갈아넣을 수는 없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집중은 최선이고 최선을 다 했다면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쿨한 사람은 초연하고 안정되며 그런 사람은 후회 따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