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인생이다
사주 도사들은 팔자를 열자마자 운명을 직관적으로 알수 있다. 관상 전문가도 마찬가지이다. 콧구멍이 크니 작니, 눈썹이 수세미니 어떻니 하며 하나하나 뜯어본다기 보다는 단박에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유난히 촉이 좋은 사람도 그 부류일 것이다. 관상을 보고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은 책을 보고 배우기보다는 타고 나는 경우가 더 많은듯 하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사주와 관상으로 나름 사람 좀 볼 줄 안다고 생각하니 수시로 생기는 편견때문에 불편할 때도 많았다. 그게 틀로 느껴지기도, 오만스럽게 여겨지기도 해서, 나의 앎과 감과 촉을 무시하고 일부러 좋게 보려고 애쓰기도 했다. 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을 새기며 어차피 남의 속을 내가 장담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내 판단 기준 말고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감이 틀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알고 느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분별한다. 비인은 빨리 걸러야 편하니까 말이다.
타인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의 부탁도 거절을 못해서 다 들어주고 늘 웃고 다니니 주변인들의 평판이 무쟈게나 좋았는데 나는 그 사람의 관상이 늘 찝찝했다. 얄팍한 입술은 둘째치고 눈빛이 정말 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도 잘했지만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 거리를 두었는데, 내한테만은 이런 저런 얘기를 다 쏟아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이 드러났다. 말의 대부분은 푸념과 질타, 남탓, 욕이었고, 나가서만 호인일뿐 가정에서는 기본 도리도 하지 않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였다. 집에서 왕처럼 군다는 것을 자랑처럼 얘기하는 그 사람의 쎄한 눈빛이 자기 본 모습인 것이었다.
언니 친구 중에 연예인처럼 이쁜 언니가 있는데 작년에 봤을 때 놀라울 정도로 얼굴상이 찌그러져 있었다. 늘어난 주름도 그렇지만 표정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이직을 하면서 여자들의 텃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몇달째 눈물바다였단다. 그 언니는 얼마 후 암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했다. 살아온 세월은 얼굴에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행복과 고생은 얼굴에 다 드러나고 삶은 얼굴대로 점차 변한다. 관상이 심상만 못하다고 했지만 관상이 곧 심상이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는 매일 아침 화장실 거울에 있는 나에게 인사를 한다. 똘개이 같아도 산발에 베개자국 있는 얼굴로 활짝 웃어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좋은 관상을 지키려는 노력이자 습관이다. 관상을 좋게 하는 비결은 평소 마음 관리를 잘 하는 것 그것 하나 뿐이다. 생각이 곧 얼굴이 된다. 사주팔자는 죽어야 바뀌지만 관상은 살아있는 동안 바꿀 수 있다. 마음을 바꾸면 관상이 바뀌고 관상이 변하면 인생도 변한다. 더러운 마음은 흉한 상판대기를 만들고 아름다운 마음은 귀한 옥면을 만든다.
오늘도 즐거운 생각만 하면서 웃상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