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하면 모른다 vs 꼭 말해야 아나

눈치와 소통

별의 별 신조어가 다 있다. 알잘딱깔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의 줄임말이란다. 기준이 참 모호한 단어라는 생각과 함께 그 일이 떠올랐다. 회사원 중간 직급이었던 시절 상사와 한판 붙고 난 후, 그는 짜증이 났던지 무턱대고 나에게 일을 알아서 더 잘 하라고 말했다. 내마이 일 잘 하는 사람 어딨다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브레이크를 걸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바꿔보겠다고 하니, 그는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고 더 열심히 하라는 개소리만 시전하였다. 그래서 걸어 잠궜던 브레이크를 풀고 데시벨을 높여 물었다. 내가 당신에게 리더십을 더 갖추고 알아서 더 잘 하라고 하면 당신은 뭐부터 어떻게 잘 할 셈이냐고. 입 다물고 눈알만 굴리던 그의 표정은 세월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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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무수한 종류의 사람이 존재하고 저마다의 가치관과 기준치가 달라서 내가 맞니 니가 틀리니 하며 싸우게 된다. 그래서 법이 만들어지고 규칙도 정해졌지만 모든 영역에서 분쟁은 끝도 없이 일어난다. 자기 딴에는 최선이었지만 상대에 따라 기대 이하, 기대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행동이 자기 맘에 안들면 그 사람은 알잘딱깔센이 없는 것이고 흡족하면 알잘딱깔센이 충만한 사람으로 인정해준다. 부부들도 이런 것 때문에 자주 싸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상황보고 말하기 전에 센스있게 안 도와준다고 불평하는 쪽과 말을 안하니 몰라서 못 도와줬는데 화만 낸다고 불만스럽게 여기는 쪽. 그 표준화된 기준도 정의도 없는 알아서, 잘, 딱, 깔끔, 센스때문에 징그럽게 툭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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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와 센스라곤 1도 없는 사람에게 귀뜸하고 코치를 해준들, 없던 눈치와 센스는 생기지 않는다. 그들은 대체로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배려도 없는 편이다. 반대로, 혼자 눈치만 빨라서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 생각하지만 속시원히 말도 않고 끙끙대며 사람들이 자기 속을 몰라준다고 섭섭해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상대가 독심술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자기 처지 몰라준다고 기분 나빠하고 무조건 상대 탓만 하며 쌓아두었다가 결국엔 손절 또는 분노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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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을 찾기란 눈밭에서 밀가루 찾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은 대화를 하며, 접점을 찾고, 아니다 싶으면 돌아선다. 관계에 있어 대화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통하는가 아닌가는 대화가 없이 알기가 어렵다. 사실 알잘딱깔센이 전혀 없는 티미한 사람보다, 그게 넘쳐도 말없이 삐지기만 하는 사람이 더 큰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눈치 코치 없는 사람은 맹해서 상대가 화만 안내면 세상 태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 가능성도 낮다. 차라리 알잘딱깔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상대에게 좋게 표현하거나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관계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왕의 심중을 헤아리듯 자기한테만 집중하고 엎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인의 정확한 상황은 본인만 알고, 사람들은 말 안하면 그 상황을 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