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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Mar 10. 2024

균형을 잡으면 시야가 트인다

내편니편

퇴사 후 영어에 손을 뗐더니 단어도 다 까먹고 딴나라 말이 섞여나오는 등 난리굿도 아니어서 영어회화 수업을 신청했다. 제멋대로 살다가 정해진 시간에 왔다리갔다리 하는게 좀 갑갑하지만 넉살 좋은 원어민 선생님이 친절하게 잘 가르쳐줘서 흡족하게 여기곤 있는데 며칠전 그 분이 Super Tuesday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는 좀 씁쓸해졌다.


미국 대선이 한국에도 영향을 많이 끼치기에 나도 평소 관심있게 뉴스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한쪽 후보자만 맹렬히 비난하는 모습만 보였다. 자기 나라 일이니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분은 두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교사의 신분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편중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과 합리적이고 동등한 비판이 아닌 싫어하는 후보에 대한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증오만 표출하는 것이 문제였다.


오래 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나는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며 좌도 까고 우도 까면서 정책 얘기에 집중하는데, 걔는 특정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자기 편은 무조건 맞다고만 우겨대서 논리적으로 반박하니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다른 친구 집에 같이 놀러가서 술마시다가 중도였던 친구 아버지가 정치적 비판을 조리있게 하셨는데 걔는 자기 편까지 욕하는게 거슬렸는지 그 분과도 싸우려들었다. 순하든 선하든 특정 이념에 빠지거나 정치병에 걸린 사람은 구제 방법이 없다.


나는 조선일보도 보고 한겨레도 본다. 그리고 댓글을 많이 보는데 그 이유는 나와 다른 시선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각과 이견을 접하다보면 놀랄 때도 많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발견될 때면 사고가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도 고정관념과 편견과 프레임과 비판이 많은 인간이지만 상대방이 이치적으로 맞는 말을 하면 무조건 수긍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건전한 비판과 감정적 비난을 구분하지 못한다. 자기들이 하는 말은 다 옳다고 여기고 편가르기를 하며 내 편이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좋게 봐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니편이라도 그 말이 합당하다면 받아들이고, 그렇게 되면 더 발전하는데도 불구하고 내편이 아니면 일단 귀를 닫고 선을 긋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그렇게 자기 무리들이랑만 어울리다가 그 속에서 또 분쟁이 일어나고 쪼개지고 욕하고 생쇼를 한다. 회사 노조도 그렇다. 처음엔 회사를 적으로 간주하다가 점점 부서나 팀의 이해충돌로 번지고 나중엔 간부끼리 싸운다.


사람이 있는 곳엔 감정이 있고 그 감정때문에 인생은 늘상 피곤하다. 한쪽으로만 쏠린 감정은 안개와 같아서 순식간에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그런 사람에게는 균형와 여유가 없다. 반대편을 까내리려면 내편의 상태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야말로 올바른 판단이 생기고 내로남불이 사라진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기 전에 이성적이고 차분한 배려를 보이는 사람, 치우침없는 마음으로 센터에 서서 전후좌우를 잘 살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이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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