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내가 자주 가는 절에는 유치원을 운영한다. 나는 기도 후엔 늘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매순간 지금에만 몰두하는 애들을 보고 있으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경전에는 아이에게조차 착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나에게 진짜 어려운 숙제이다. 한번은 절 마당에서 귀요미들이 단체로 줄넘기 수업을 하는걸 구경하는데 세 명의 아이가 나를 의식하고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줄넘기 잘 하나요”라고 물으니 한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참을 설명했다. 요점은 앞으로는 잘 넘기는데 뒤로 넘기는 건 안된단다는 말이었다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함부로 터치해서는 안되는 시대라 억지로 참았다. 아이들은 의심, 경계, 어색함이 없어서 자유롭고 순수할 수가 있다. 그런데 사람은 점점 커가면서 무수한 기억과 상처를 들먹이며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몸을 사린다. 지나고 나면 웃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은 행복한 시간보다 힘든 시간이 더 많다고 느끼며 산다. 다시 순수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이미 도화지가 더렵혀졌다고 포기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좋아한다. 장자와 닮은 구석이 많은 그는 개같은 삶을 추구하였다. 키니코스학파, 우리말로 견유학파를 지향하던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왕 앞에서도 햇빛을 가리지 말라며 개같이 행동한다. 원래 인간은 원하는 바가 없으면 두려움이 없다. 그가 어디에서든 주눅들지않고 거리낌이 없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여덟단어라는 책에도 개같이 살자는 말이 나온다. 개는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꼬리치기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무수한 생각과 계산과 고민으로 제 발등을 찍고 있다. 그리고 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한 인간도 많고 개의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 인간이 개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면 생을 다시 점검해봐야한다.
하루살이는 한시간 만에 죽기도 하고 이삼일을 살기도 한다. 그래서 평균 수명을 하루라고 하는데 우리도 역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길고 짧음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태어났고 어차피 죽는다. 나에게는 내일이 없은지가 오래되었다. 아침에 태어나고 밤에 죽는다는 생각,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낼까하는 생각으로만 산다. 자다가 눈떠지면 탄생이요, 잠이 들면 소멸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왕이면 내 마음 편한 쪽으로 채우려한다. 모든 일은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며 어차피 하루만 살다 죽을건데 내일 생각, 내년 생각을 미리 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명상 속에서 늘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다. 명상이 따로 있나. 생각하기를 멈추거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명상인 것이다. 생각에서 벗어나면 바로 자유로워진다.
애처럼, 개처럼, 하루살이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놀다보면 죽음도 무섭지 않게 된다. 행복하고 싶다면 원하는 것만 집중해야한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돼라~
내일은 없다 - 윤동주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