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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Mar 24. 2024

강약약강

쪽팔리게 살지 말자

지난 주에 공치러 갔을 때였다. 앳되보이는 캐디가 역대급으로 싹싹하고 친절해서 번호를 따고 싶을 정도였는데, 같이 간 지인이 데리고 온 친척이라는 인간은 그녀에게 반말을 찍찍해싸코, 하는 짓이 영 시원찮아 보였다. 나는 전반홀이 끝나갈 때 쯤 카트를 모는 캐디에게 물었다. 요새도 촌스럽게 캐디한테 싸가지없이 구는 손님들 있능교. 캐디는 당황해하면서 가끔 있다고 말했고 계속 떠들어대던 그 조까튼 놈은 눈치는 있는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꼭 보면 돼먹지 못한 것들이 만만하다 싶은 사람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거만떤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은근히 병신들이 많은 세상이다. 강약약강은 병신들의 전매특허이다. 강한 척은 하고 싶은데 겁이 많으니 기 센 사람이나 권위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면서, 좀 친해졌거나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깔보고 하대하면서 분풀이를 한다. 멸시와 무시는 말이나 행동 뿐 아니라 표정에서도 다 드러난다.


강약약강. 단어조차 비굴하다.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구질구질하고 쪽팔려서 못할거 같은데 간보면서 텃세부리고 업신여기는 사람을 보면 측은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낮은 자존감과 나약함을 인정하기 싫으니 그런 모순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인간들이지만 엮이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경계하고 걸러야 한다. 그들에게는 웃음을 보여서는 안되며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 내가 더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피곤한 일이 자주 생기는 이유는 피곤한 사람을 끊어내지 못하고 자꾸 품어주기 때문이다. 비인을 상대해주면 본인도 비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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