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놀이는 혼자만 재밌다

by Norah

사람들은 누구나 남을 생각할 때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그것은 누구는 좋고 누구는 별로다 라는 식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생겨나고 시간이 흘러도 그 인상은 쉽게 변하지가 않는다. 한참을 못보고 살던 지인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사람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단순히 자기 기억 속의 그 사람일 뿐이다 라고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알고 지낸 세월보다 모르고 산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 기억된 그 이미지만을 생각하며 여전히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미워하곤 한다.


살다보면 연락한지 아주 오래된 사람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문득 떠오른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싶지만 섣불리 폰을 들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물론 연락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단순히 옛 기억만을 떠올리며 접근해봤지만 반가움도 잠시, 그들의 현재 속에 내가 삐집고 갈 공간은 없다는 것을 안 적도 있었다. 끊겼던 사이는 다시 이어 붙인들 또 끊어질 때가 많다. 연락이 끊겼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바쁘고 이러 저러한 사정 때문에 등등 많은 이유를 갖다대지만 실은 그정도로 소중한 인연은 아니었기 때문일거라고 추측해본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웬만해서는 과거의 인연을 현재로 끌어내려하지 않는다. 이문세님의 노래처럼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묻어두는 편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착각한다. 자신은 변하고 남은 변하지 않았다거나 자신은 그대로인데 남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나도 그도 그녀도 세상도 변했다. 추억 여행은 그 때 만난 사람들과 환경이 같이 맞물려 돌아갈 때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 혼자 멍하니 과거에 머문다고 완벽하게 재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 사람들도 세월이라는 비를 맞으며 다른 모습을 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변함없는 진리처럼 모두가 그렇게 변해간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추억이라는 환상에서 놀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의 삶이 나쁘거나 불만스러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복고에 열광하고 웃다가 울다가 하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가 정작 그리워하는 것은 그 시대도 그 사람들도 아닌, 다시는 가질 수 없는 내 젊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는.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나이듦은 정말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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