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기 나름
물 한 컵이라도 자기 손으로 떠다 마시지 않는 남편 뒤에는 지속적으로 물을 갖다 바치는 아내가 있다. 툭하면 가출하는 아내 뒤에는 다시 들어올 때마다 받아주는 남편이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뒤에는 아파도 참고 맞아주는 아내가 있다. 마트에서 사달라고 울며 누워버리는 아들 뒤에는 늘 사 주는 엄마가 있다. 기분 나쁘면 밥을 거르는 딸 뒤에는 먹을 것을 챙겨다주는 아빠가 있다. 사소한 일에도 늘 불평하고 징징거리는 친구 뒤에는 좋든 싫든 묵묵히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누구누구때문에 괴롭다며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남편, 아내, 아들, 딸, 친구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새로운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일이 더 커질까봐, 관계가 틀어질까봐 두려워 오늘도 내일도 계속 참는다. 자신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으면서 푸념만 늘어놓을 뿐이다. 하지만 그 인내는 좋지 않다. 시간을 끌다가 나중에 태도를 바꾸면 분명 여태껏 잘 해놓고 왜 안 해주느냐는 비난만 받을 것이다. 그 가해자(?)들은 그동안의 인내를 절대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게 대해도 되는 상대로만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 존재들이다. 그들이 아무에게나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받아주는 사람에게만 그런 행동을 한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다. 그렇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거절을 할 줄도 알고 반박할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거절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자신이 상대를 위해 그 자리를 마련해줘놓고 상대의 태도에 대해 나무랄 이유는 전혀 없어보인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도와주지 못한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묵묵히 참고 견뎌주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다. 사람들은 미친 개를 두려워하고 얕은 물에는 생각없이 건넌다. 내 주변 사람도 내가 하기에 달렸다. 상대가 누구든 내가 길들이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