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친하게 지내던 사장님이 밥을 먹다가 와이프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땅을 사 줬을 때는 별다른 리액션과 감흥이 없던 와이프가 꽃 한 다발 사줬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면서 이해를 못하겠다며 웃으신 게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지인A가 자신의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이야기를 나에게 말해주었다. A는 친구와 이야기 도중 그 날에 보자고 했는데, 그 친구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나가다 한 말로 여기고 다른 약속을 잡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소 자기 사람을 잘 챙기던 A는 그 친구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자신에게 먼저 확인했을 것 아니겠느냐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런 얘길 하면 사람들은 별 거 아닌 거 갖고 속좁게 그런다고 오히려 자신을 옹졸한 사람으로 본다며 씁쓸해했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소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행동에서 큰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고 자잘한 것에서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들 기준에서 사소한 일이라고 단정지으며 "그럴 수 있지.", "좋은 게 좋은거다."라고 하는 말을 참 싫어한다. 대체 어디까지 그럴 수 있다는 말인지 구분하기 모호하다. (술마시고 운전할 수 있지, 때릴 수 도 있지, 죽일 수도 있지???). 그래서 그럴 수 있는 그 기준을 물어보면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불편하게 생각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그 대상이 대통령이라도 당신이 그렇게 행동할까?" 이 질문에 "대통령이 아니니까 그렇지."라고 대답하는 똥배려들과는 더이상 말을 섞지 않는다. 나 역시 섬세한 인간은 못된다. 그러다보니 의도치않게 상대방의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 확실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해서 누가 서운하다고 하면 변명보다는 사과부터 한다. 웬만하면 불필요한 오해는 사지 않으려 하고 내잘못에 대한 인정도 빠른 편이다. 얼렁뚱땅 넘기려는 것을 못견뎌할 때가 많고 그래서 따진다는 말도 자주 듣는 편이다.
사람들은 거의가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남의 일은 사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기는 그럴 수 있는데 타인이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 욕을 하거나 마음 상해한다. 말그대로 내로남불이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고 좋은 게 좋은 일도 분명 많다. 그런데 그 행동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다. 실수나 잘못이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뻔뻔하고 가볍게 넘어갈 게 아니라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제대로 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만 자신도 발전할 수 있고 관계도 더 깊어질 수 있다.
사소한 것을 너무 사소하게 보면 반드시 큰 것을 잃게 된다. 큰 성공과 큰 실패도 사소함이 쌓여서 생기는 결과물이다. 사소하다는 것은 알고 보면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