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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Nov 30. 2019

'동백꽃 필무렵' 황용식은 없다.

자유리 일기



나는 백화점을 잘 가지 않는다.

백화점이 비싸서가 아니고, 거리가 멀어서도 아니다.

백화점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기 때문에 나는 백화점을 잘 가지 않는다.

옷을 고르고, 매대를 구경할때, 우연히 잠깐 지나치고 싶지 않은 아이템이 눈에 들어와

서성거리고 있을때 그들은 재빠르게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스캔한다.

나는 그들의 스캔을 다시 스캔한다.

그래서 그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올때, 나는 조금 더 멀어지려고 노력을 한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올때, 그리고 내가 그 이상을 피하려고 하지 못할때 나는 기꺼이 항복을 외치고 다른 매장으로 도망을 친다.

상품에 신경써야 하는 내 모든 에너지가 상대에게 쏠리는 순간.

알 수 없는 고갈이 생겨서 나는 항상 원치 않은 물건을 산적이 참 많았다.

조금 마음에 들었던 물건을 가까이 다가온 상대방을 의식하느라, 어설프게 보고 산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적당한 거리의 선이 있다.

때론 사람들은 이 선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통상적으로 15-46센치의 거리가 아주 친한 사람의 거리이다.

46센치에서-1.2미터 정도가 대화의 거리이고,

1.2-3.7 미터의 거리가 회의석상의 느낌이며,

4미터 이상 정도가 되면 정치적인 연설의 거리라고 한다.

<강준만. 감정동물 중 발췌.>






하지만 지역마다, 나라마다 문화마다,

선호하는 거리의 가까움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봤을때, 나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신기해보였다.

아무리 가까워보이는 사람들도 그 이상의 선을 넘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선을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반면, 스페인 남부지역을 여행 했을때는 사람들의 동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 이 나라에 온 낯선 이방인에게도 그들은 가까이 다가오곤 했다.

여러군데의 여행을 다녀보면서 느낀것은 남미 사람들의 거리감이 가장 가까운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일본 사람들(동남아를 제외한)을 포함한 아시아 사람들이 거리감이 가장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의 거리는 이렇듯 사람의 심리와도 연관이 된다.

취조실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프로파일러들은 이런 것들을 많이 활용한다.

취조 중 용의자와의 공감각을 확 무너뜨려 그들과의 신뢰성을 붕괴시키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는 독재적인 왕에게서도 자주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희대의 권력가들은 모두 이 공간의 힘을 알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는 때론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일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본질이다.

나는 그들을 만날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을 많이 관찰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아주 세련되게 다가가보고, 또 멀어지는 기획을 한다.




그들의 공간을 무너트려보면서 틀림없는 사실을 한가지 알게 된다.

의식하지 않은 공간의 가까움은 친밀성의 표본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그렇게 그들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가까운 거리는 권력의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때, 의식적으로 한번에 그 거리를 무너트리는 것 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

그건 마치 백화점 직원이 "뭐 필요한거 없으세요?"라고 되묻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에서 그 사람과의 거리 조정을 어떻게 부담없게 할 것인가의 섬세함이 요하는 것이다.







뭐 그렇게 까지 피곤하게 생각하냐?고 반문한다면 답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는 인간관계에서 그 선의 어김을 통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아픈 교훈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적당한 선에서의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 요즘이다.

갑자기 내 인생에 훅 들어오는 사람.

동백꽃 필무렵 용식이같은 기적의 사람이 흔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적당한 선에서의 기다림을 인용하자.

그 기다림 끝에서 동백꽃이 피어나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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