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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Jan 01. 2020

저는 해보다 별이 더 좋아요.

자유리 일기






해마다 연초에 떠오르는 해를 보러 많이들 나가시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소원을 비는 것 만큼 새해를 의미있게 보내는 일은 없을테니깐요.




그렇지만 저는 그닥 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왠지 해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보다.

반짝이는 순간을 끝내고, 내려올때 특유의 힘 빠진 경험들이 싫다고나 할까요?




씻지도 못하고 나와 떡진 머리를 안고, 

평소보다 두어시간 일찍 일어나서 올라가는 산행이 

꼭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분명 몸에 무리를 주었기에, 돌아온 뒤 나 같은 게으른 사람들은 한참 낮잠에 빠질것이고,

그럼 그날 저녁에 넘치는 생기로 인해 또 늦잠을 자는 악순환이 밀려오죠.













저는요. 사실 떠오르는 해보다 반짝이는 별을 더 좋아해요.

떠 오르는 해를 보는 것보다 빛나는 별을 보고 있을때, 

마음에 더 큰 영감이 떠오른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밤늦게 어딘가 불현듯 여행가길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별은 항상 필살기 같은 느낌을 줘요.

언제든 여행지를 도착하기전에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것도 

생각해보면, 제가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죠.




물론 별도

쉽게 허락하지만은 않아요.


어제도 저는 여행을 가기전, 밤 하늘의 별을 찾아보았지요.

분명히 가는 길에 하늘 위의 별들을 확인했어요.

멀리서 반짝이고 있는 별을 보면서, 이번에는 한 가득한 별을 볼 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가졌지요.


근데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니, 하늘은 먹구름 투성이었어요.

삭막할정도로 시커먼 하늘만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씁쓸해지더라구요.









한번은 팀원들하고 별을 보러간적이 있었어요.

강원도에 있는 '안반데기'라는 곳인데, 

서울에서 약 200키로미터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먼 곳이었죠.



저는 이곳을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오늘 올라가는게 과연 맞을까? 
가서 또 허탕치면 어떡하지?" 

이런 저런 고민을하면서 말이죠.




안반데기는 참 불친절한 곳이에요.

초행길이라면 반드시 2-3번은 운전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정말 여기가 맞을까? 
이런 산중에 길이 존재하기는 할까? 



갈수록 도로는 협소해지고, 주변에는 아무런 불빛이 존재하지 않죠.

차를 세우지 않는 유일한 확신은 스마트폰에 들려오는 친절한 여성분의 목소리를 믿고 가기 때문이죠.

그런곳을 한참 올라간 용자에게만 안반데기는 허물어질 입간판 하나 허락해줄 뿐입니다.




"안반데기 마을 입구" 



마을 이장님이 적은 것처럼 흘러내릴듯한 붉은 페인트칠 하나 그려져 세워진 입간판 하나 

그 하나가. 제법 큰 위로를 주어요.

그러고도 한 참을 더 올라가면 주변에는 정말 언덕이라는 실체 밖에 유추할 수 밖에 없는 어두운 공간에 도착하죠.



그때, 차 창문을 열어보면 심히 부는 바람과 함께 풍력발전기의 엔진 작동소리가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면요. 

뭔가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와 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것 같아요.

온통 어둠속에 그 엔진 작동소리를 듣다보면..



이게 정말 좀 무섭다고 해야 할까요? 

생각보다 묘한 두려움이 밀려오죠.













용기를내고 엔진을 끄고, 차 밖을 나가 하늘위를 쳐다보면, 

제 두려움은 한낱 조림통에 박힌 유통기한이 되어버려요.

하늘에는 어둠을 먹은 빛과 섬광이 마음껏 쏟아지고 있어요.

하늘을 뚤어버릴 것 같은 섬광이 금방이라도 손에 닫을 듯이 하늘을 뒤엎고 있고, 그 한가운데 

푸르른 은하수가 하늘에 우유를 쏟아 뿌린 것처럼 자리잡고 있어요.

그땐 정말 하늘에 대고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져요.




"온 우주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희는 그날 차에 왜 있는지 모를 던킨 도넛츠 돗자리를 바닥에 깔고, 

누워 밤새도록 별을 바라보았어요.

쏟아지는 별을 보고 있다가, 문득 번쩍이는 섬광이 보이면 그곳으로 시선을 던지기도 하고,

별의 이동선을 보다가 마음이 울컥 차오르면 이야~! 

이렇게 감탄도 쏟아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요.







저는요. 별이 참 좋아요.



반짝이는 해는 분명 아름답지만,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잖아요. 

하나의 해가 떠오르며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사실 자체가 정말 감사하면서도,

근처에 다가갈 수 없는 위압감에 잡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제게 별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나의 별을 보고 우리가 그렇게 쾌재를 외치지 않듯이,

수십만개가 모인 별을 보면서 이루어내는 우주라는 하나의 하모니가 

심연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이런게 좋아요.




하나의 별처럼 보잘것 없던 것들이 쌓이고 모이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그런 섬광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사실은 우유처럼 보이는 저 은하수도 수백만개의 별들이 그려낸 작품이듯,

하나하나의 하자들이 쌓여 이런 위대함을 만들어낸 것 같은 그 특유의 기운이 저는 정말 좋아요. 






저는 그래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이 떠오르는 강렬한 해보다 더 좋더라구요.






 





자유리 일기 




#저는 #별 #같은 #사람들이 #그래서 #참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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