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업가의 철학
한 동안 형선샘하고 대화를 잘 나누지를 못했다.
은근히 가까이 지내다보면 오히려 서로 바쁘고
당연해져서 이야기를 못 나누는 경우가 더 흔하다.
매일 와이프와 함께 있어도 서로 티비를 보고,
각자의 스마트폰에 빠져있다보면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주말이 흐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함께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진짜 대화의 시간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이니깐.
항상 같이 있다는 것은 이런 것 같다.
무언가를 깨달아가고 알아간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유한된 시간 안에서만 더 흥미로운 일이 된다.
5일짜리 제약된 수업안에서 우리는 몸을 던져가며 더 배우려고 하지만
50년이 주어진 일상의 가르침 앞에서는 우리는 배움의 무장을 그저 풀어버리지 않는가?
스마트폰이 한국에 들어온 뒤,
지난 10여년의 시간동안 참 놀라울 정도로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나는 그런 변화를 언뜻 언뜻 지켜보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놓쳐버렸고
이제는 이미 두손 두 발을 다 들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기성이 주는 안정감에 빠져서 잠깐 지내다보니,
어느덧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속도 앞에서
백기를 들고 고개를 조아리며
항복을 외쳐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분명 기성이 가진 본질은
시대가 변해가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사건은 언제나 신성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성이 가진 특별한 색채는 기성이 잃은지 오래이고, 그것은 지나간 계절처럼
나에게는 입을 수 없는 추운 날의 반팔 티셔츠와 다를 것이 없다.
지코의 트렌디한 몸짓을 바라보는 유희열의 동체에는
부러움이 한 가득 담겨져 있었지만
그의 입가는 약간 설익은 미소가 담겨져 있었다.
부럽지만 판단하는 듯한 그의 묘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유희열 편에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희열처럼 지코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신성. 그들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경험의 시간을 방패로
기성은 애써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왕의 용포의 때깔처럼 언제나 옳은 일이었다.
조선시대의 농부가 땅을 고르며 배운 지혜가
책상 앞 얕은 선비보다 더 나았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시대가 너무 빨리 변화하는 지금은
기성은 신성의 행동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신성이
옳은 것은 아니다.
아재와 꼰대라 치부하고 여성성.
남성성을 혐오하는 잘 못된 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규정을 통해 소통을 외면하는 행동은
나이를 넘어 모든 꼰대들의
기본사항이다.
소통하는 요즘 세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독립출판에서
독특한 편집샾에서
외곽의 커뮤니티 모임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이야기.
환경과 정의를 존중하는 마인드가 이미지로 나올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인식의 변화의 이유.
남성과 여성의 단어 그 자체도 의미를 두지 않는
성에 대한 확장이 가져오는 변화.
누군가의 예쁨이 아닌 서로의 가진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주는 존중의 미학이 가르쳐준 현상의 진실.
이야기를 하며 나를 더 돌아본다.
요즘 나는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맥락을 말하고,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가?
나는 내가 규정한 세상안에서
신성을 재단하지는 않았는가?
나는 어떤 라떼를 제조하고
있지는 않나?
몇시간이 넘는 대화의 끝에서 희열을 느낀다.
스스로의 창피함을 가질 수 있는 기성의 사나이가 되자는
변화의 결심이 요즘의 나를 가슴설레게 한다.
이제 나는 신성에게 배워야 할 나이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했고,
조금 더 젊고 어린 친구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나는 요즘 그렇게 묻는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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