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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Jul 08. 2021

나에게도 비빌 언덕이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비빌 언덕’이라고 검색해보면

이런 뜻의 문장이 나온다.


“보살펴 주고 이끌어주는 미더운 대상”


그렇다면 미더운 대상은 어떤 뜻일까

그래서 또 ‘미덥다’라는 형용사를 검색해보았다.


미덥다; 믿음성이 있다.


다시 풀어말하자면

‘보살펴주고 이끌어주는 믿음직한 대상’이라는 말이다.          

나에게 보살펴 주고 이끌어주는 믿음직한 대상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했다.



경찰이 되기 전 12년 동안 뮤지컬을 전공하며 배우로 활동한 나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났던 친한 언니가 있다. 언니가 오랜만에 전화했던 터라 왠지 빨리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야간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지도 않고 바로 1시간 10분 거리의 길을 운전을 해서 갔다.

사실 잠이 와서 미칠 것 같았다. CL의 <멘붕> 크게 틀어놓고 멘붕이 올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운전을 했다. 그렇게 달려가서 1년 만에 언니를 보니 너무나 반가웠다.

SNS에 올린 사진으로 근황을 보았지만 이렇게 대면해서 만나다니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각자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했다.

나의 근황을 얘기하며 속풀이도 하고 고민거리도 얘기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미처 몰랐던 언니의 힘든 시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까운 사이에게조차 자신의 힘든 속내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약점을 들키는 것 같아 속시원히 얘기해도 찝찝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언니는 용기를 내어 동생인 나에게 힘든 상황과 속내를 털어놓았다. 언니에게 힘든 얘기를 동생에게 말해줘서 정고맙다고 말했다.



살면서 우리는 ‘용기를 가져라’ 고 하면 크고 대담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어쩌면 첫 용기의 모습은 희미한 촛불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조용한 시간 속에 자신과 마주하는 것,

그 감정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 생각하는 것, 이것 또한 용기다.

나 또한 힘든시기를 겪으며 속내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글을 쓰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어느새 글쓰기와 책 읽기는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다행히 언니는 나의 얘기를 듣더니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눈빛이 반짝거리는 언니에게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의 문제가 아‘지금, 그 꿈을 실행해 옮기는 것.’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을 감싸고 있던 불안한 상황에서 먼저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아니, 힘든 시기가 항상 내 옆에 있다.

그런 나에게 가까운 가족들이 혹 친구들이 비난할 수 있다.      

‘네가 할 수 있겠어? 너무 늦은 거 아니야?

그냥 정도만 해.’      

그 속에서 단 한 명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니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서 해보자.’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그 동아줄을 붙잡고 가야 하는 것이다.

내 인생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랑으로 낳아주고 길러준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기적으로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추후 몇 년 뒤  지금의 그때를 떠올리며 밝게 웃는 그날까지 언니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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