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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May 23. 2022

여름으로 넘어갈랑말랑

하는 토요일 오후 봄

무작정 집을 나섰


우리 동네는 참 다 좋은데

도서관이 없다


할 일 딱히 없는 이런 날

슬금슬금 도서관 가

눈에 드는 몇 권 집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읽다

한정식집 반찬 남기고 오듯

금방 돌아오면 겠구


하고 우왕좌왕 투덜대다 그냥

혜화동 동양서림으로

방향을 잡았


거긴 우리 동네

엄청 오래된 서점이야


나는 뭐

학생 때 문제집 몇 번

어쩌다 시집 몇 권 산 게


몇 년 전 언젠가 기도

다른 서점들 따라

없어질지도 모른 소

많이 놀랐던

그리고 어찌어찌

해보려나 보네 싶었을 땐

안도했던 기억이 있어


딱히 태는 건 없으면서

그래도 자리 지켜주으면 하는

얌체 같은 마음이 있 거지


하여간 가보니

서점에는 두어 명 있

역시 두에 둔 책은 없었는데

눈에 드는 몇 권 

집었다 넣었다 하

평소 좋아하던 작가 수필집을 찾았어


신이 나서 읽으니

좋더라고

금방 슥 읽히고

사야겠다 싶었지


그런데 어라,

책을 덮으니 책 옆구리에

'갈매초등학교 도서관' 이

보라색 도장이 찍혀 있는 거야


게다가 웬걸,

책 맨 뒷 페이지에는

'마음이 열리고 미래가 보이는

목포 공공도서관' 어쩌고

큼지막한 스티커 붙어 있더라


한 순간은

요즘 서점 사정이 어려워

중고 서적도 판매하나

하 참 그렇구나

고민이 많았겠 


아니 그럼

저 동네들 도서관은 어찌 되어

이 동네 서점까지 흘러들었나

여러 동네의 사정과

이 책의 사연을

상상하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갸웃거리 일단

좋은 대로 금 더 읽


그리 있기 슬슬 눈치가 보 즈음

어찌 되었든 데려갈 요량

다른 두어 권이랑 해서

점원에게 이 친구 정체를 물었어

그분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많이 당황스러워하시더라


그리곤 다른 재고 없어

이 책은 안 팔고

나머지 두 권만 계산하신다기에

오히려 나는 곤란해

우물쭈물하다

그냥 파시라 했지

어찌 되었든 데려갈 마음이었으니까


근데 제값은 다 받으시더라

나중에 오면 새 걸로 바꿔주시겠다고


그렇게 서점을 나와

혜화로터리

횡단보도 앞에 서서

날은 여전히 맑고

이제 또 어디를 갈까 다가


문득 궁금해

갈매초등학교를 검색해봤어

경기도 구리 어디

잘 있나 보더라고

목포 공공도서관도

잘 있는 듯했고


다행이다 싶었지


그리고 나도 

네 서점에  빚

이렇게 조금 갚네 싶어

다행이다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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