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가 걸어간다
엄마 손 잡고 나란히
그 뒤로 아빠가 따라 걷는다
아이는 머리를 묶었는데
아빠는 아이 뒷덜미에
부채질을 한다
잔잔한 속도로
그 뒤를 터덜터덜 따르는
어린 오빠도 눈에 든다
녀석은 섭섭하려나
더운 날이다
막내는 더운 여름이면
잔뜩 찡그린 거리의 표정들과
목 뒤를 간지르던 부채질 소리를 떠올리겠지
오빠도 더운 여름이면
땀으로 끈적해진 아빠의 등과
그의 손에서 펄럭이던 작은 부채를 떠올리겠지
그리고 누군가의 뒤에서
잔잔한 바람이 되어주겠지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