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오후
산책하기 좋은 날
느지막이 집을 나서
골목길 내려 걷다 보니
저기 길 휘어지는 곳에
하얗게 센 머리와 손에 쥔 지팡이
좁은 보폭으로 골목을 오르는
동네 꼬장한 할머니가 보이더라
아무래도 어색해서
속으로 싱거운 인사를 준비하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돌연
동네 미용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어
그리고 지팡이에 기대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하얀 가운을
손에 쥐고
천천히 일어나
스윽 스윽
미용실서 내어둔 건조대 끝
빈자리에
다시 널어두시더라고
지나는 봄바람에
하얀 가운 가볍게 흔들리고
해묵은 것들도 쉬이 날아가
안녕하세요
싱긋 인사드리니
오랜만에 보겄네
활짝 미소가 피었어